매거진 Inside Wisdom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를 보고

쿨한 친구 같은 영화

by Ann


작년엔 이 영화 1편을 놓쳤다.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이다. 마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인데, 아니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관에선 일찍 막을 내렸고 훗날 나는 조그마한 모니터 화면으로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이 친구들을 알지 못했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이 엄청 무미건조해졌을 것이다.








movie_image.jpg 출처 : 네이버 영화



나에겐 이런 영화가 꼭 필요하다. 이런 영화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시종일관 나를 웃게 만들고, 마음을 완전히 빼앗는 캐릭터가 있으며, 음악이 신나고, 실제 시간보다 빨리 끝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영화가 나에게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이런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미소 짓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성공의 절반 이상은 난 '베이비 그루트'의 몫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딱딱한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라면 베이비 그루트를 보고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가 엉망징창이었다고 해도, 난 이 베이비 그루트 때문에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사실 베이비 그루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디테일이 좋았다. 베이비 그루트에게 이렇게 빠져들게끔 만든 그 디테일들이.



피터의 (크리스 프랫) 부모님이 나오는 과거 장면 이후 처음으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오프닝에서 베이비 그루트는 대활약을 한다. '나 이런 영화야!'하고 도장을 찍는 듯한 오프닝에서 앞으로 베이비 그루트가 얼마나 대활약을 펼칠지 보여준다. 나는 이 오프닝보다 더 귀여운 장면들이 과연 나올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역대 마블 영화 오프닝 중 가장 귀여운 오프닝이자 가장 재미있는 오프닝이라고 확신한다.(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커다란 눈망울을 자주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 자주 그 큰 눈망울이 그렁그렁해진다. 다른 주인공들은 항상 베이비 그루트를 챙기고, 베이비 그루트는 세상에 대한, 주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서 귀여운 사고를 치고 돌아다닌다. 우주선 창문에 어린아이처럼 몸 전체를 밀착시켜 우주선 밖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구경하기도 하고, 가모라와 잠시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그 작은 몸과 작은 목소리로 악당들에게 소리 지르며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 모습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귀여울 따름이다. 우주선이 추락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혼자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눈빛으로 간식을 먹고 앉아있는 그루트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면서 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톤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베이비 그루트는 이 영화의 마스코트인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베이비 그루트에게 많은 애정과 공을 들인 듯했다. 한시도 심장이 편안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심장 조심해야 하는 귀여움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오 마이 심장.




1편에서도 강조된 바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를 잃어본 적 있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적이 있는 '루저'(1편에서 피터 퀼이 한 표현)들이 서로의 마음에 공감하며 가족이 되어가는데 2편에서는 그 관계와 이야기가 더욱 깊어진다. 욘두의 비중이 커지는 건 그것과 관계가 있다. 1편과는 전혀 다르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버렸다.



하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다. 고민 따위 없다. 그게 또 이 영화의 장점이니까. 다른 영화에선 고뇌에 빠졌을 법한 상황에도 이 영화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민할 거라, 고뇌할 거라 생각하고 넋 놓고 있다가 갑자기 울리는 총성에 깜짝 놀랐다. 어른이라면, 아무리 가족, 피가 섞인 가족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쿨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살인은 안 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나는 이 영화가 그래서 좋다. 쿨해서. 나는 쿨하지 못하고, 이 세상은 결코 쿨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옆에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다. 나 대신 시원하게 질러주고,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일도 단순하게 볼 줄 알고, 걱정 따위 개나 줘버려! 하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런 친구를 만나고 나면 막혔던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고, 어려웠던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고, 걱정했던 일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단, 매일 붙어있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가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바로 그런 영화다. 쿨한 친구 같은 영화. 1편에 비해 2편은 더욱 유머러스하고 더욱 깜찍하고 더욱 화려하다. 그런 쿨한 친구가 더욱 성장해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당연히 결점도 있다. 반복해서 듣기 거북한 농담과 몇 가지 설정은 의외로 좀 세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학살에 가까운 살인 장면은 지나치게 길어서 눈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1편에 비해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다.





어떤 마블 영화 캐릭터들 보다도 정이 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다. 나는 어벤저스 멤버들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에게 더욱 끌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중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 나와 비슷한 사람일까 궁금할 때 한 번 물어봐야겠다. 어벤저스 멤버들이 좋으세요? 아니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이 좋으세요?








ㅣ영화 정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피엔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