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읽고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얘기 나누는 것이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늘 누군가와 함께일 수 없다.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고 싶을 때 늘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얘기 나누고 싶을 때마다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일 때, 혼자인 시간을 행복하고 재밌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일 때 나를 가장 행복하게 재밌게 해주는 것은 바로 '책 읽기'다.
이 글의 소제목은 책 <이동진 독서법>의 목차를(소제목)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책을 읽으세요?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던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늘 책에 관심은 있는 아이였다. 읽기 싫은데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아서 자꾸만 들춰보던 아이? 읽지는 않으면서 자꾸 책에 눈길을 주는 아이? 아마도 책 읽는 유전자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돼서도 난 그런 사람이었다.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아서 읽는 사람. 책 읽는 내가 괜찮아 보여서 자꾸 책을 가까이하려는 사람. 책을 사는 건 좋아하는데, 도서관에서 왕창 빌려오는데 완독한 책은 손에 꼽는 사람.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된 건 그렇게 해서라도 책을 꾸역꾸역 가까이하다가 맞이한 변화를 발견하고나서부터였다.
책은 나를 변화시켰다. 아주 서서히 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치유를 받았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각이 달라졌고 달라진 만큼 행동도 달라졌다. 많이 읽지 못했지만, 완독 하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계속 끼고 다니고 만지고 읽으려 했던 노력이, 즉 독서 활동 자체가 나를 조금씩 변화시켰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난 책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는 집착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
나는 아직 독서력이 부족해서 가끔 책 읽기에 지칠 때가 있다. 지겹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책은 용수철처럼 나를 다시 잡아당긴다. 나는 금세 다시 책에 이끌려 읽고 만다. 서점을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설레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이 들려오면 주문한 뒤 택배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집을 나설 때는 무겁더라도 꼭 책을 들고 나간다.
'아, 책 들여다보기 싫어.' 하다가도 얼떨결에 심심해 집어 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치 연인과 싸우고 난 후 다시 만난 것처럼 '내가 너에게 왜 그랬을까 엉엉'하며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책 읽기는 점점 더 좋아진다. 내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에 읽기 힘들었던 책이 술술 읽히고, 완독 하는 책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물론 책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전엔 아무리 쉬운 책이라고 하더라도 책 한 권을 모두 읽어내는 것이 나에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나의 독서력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 책 읽는 것이 더욱더 좋아진다.
책을 구경하고, 사고, 읽고, 자극을 받고,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 이 행위들이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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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느리게 읽어도 상관없다
나는 책을 굉장히 느리게 보는 편이다. 일단 집중력이 약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보다가 자꾸 멈추기 때문이다. 멈춰서 생각하다 보면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또 글로 쓰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에세이나 인문서 같은 걸 읽는 경우가 그렇다.
소설을 읽을 때는 보통 이어서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소설도 마음에 드는 문구가 나오면 적거나 표시하거나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러다 보면 또 느려진다. 이 과정들, 이 행동들이 나는 재밌다. 증거는 없지만 나의 생각을 좀 더 깊게 만들어주고 얕고도 얕은 나의 내공을 키워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행위다.
어떨 때는 아예 이해가 되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한 문장을 열 번을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때 정말 짜증이 난다. 예전에는 그런 책을 만나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하면서 소화도 못 시키고 책장만 기계처럼 넘기곤 했었다. 결국 덮고 나면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허무함도 여러 번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들은 일단 읽기를 멈춘다. 돌고 돌아 다시 펼쳤을 때 읽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또는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 읽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해가 될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총 그 책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 이상이 된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뿌듯해진다. '우와, 내가 드디어 이 책을 읽었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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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무엇을 위해서 책을 읽는가 생각해봅니다. 독서 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것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고 난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책을 읽고 있는 그 긴 시간인 것입니다.
한 번에 열 권 읽기
의외로 나는 싫증을 잘 느낀다.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IT기기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기계를 써보고 싶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집에 머그 컵이나 텀블러가 넘쳐난다. 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면 또 갖고 싶어 진다. 책은 그런 나의 호기심,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를 굉장히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준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신간이 쏟아지고 내가 미처 읽지 못 한 책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는 책들이 이 세상에 넘치고 넘친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에 한 권만 읽는 것을 잘 못 한다.
아무리 중요한 책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종일 그 책만 읽을 수가 없다. 그 책을 읽다가도 나는 쉬는 시간에 또 다른 책을 읽고, 이동 중에 또 다른 책을, 집에서 또 다른 책을, 일하다가 인터넷이 느려 로딩 시간이 길어질 때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집중하지 못할 때 또 다른 책을 읽고,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을 덮고 또 다른 책을 펼친다. 그렇게 동시에 4-5권 정도 읽는다. 이러니 책 읽기에 쉽게 싫증이 날 수가 있나.
그렇게 읽다 보면 재밌게도 각기 다른 분야의 책인데도 비슷한 내용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 느끼는 쾌감이란. 누구한테 말하고 싶을 만큼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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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감각의 제국>,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사랑의 생애>, <스페이스 클로니클>, <모던 팝 스토리>,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온>, <영국 남자의 문제>, <존재의 수학>,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지금 현재 제가 읽고 있는 책들입니다. 시집인 <온>은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가지고 다니고 있고, 차에 있는 책은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와 <감각의 제국>입니다. 가방 안에는 <스페이스 크로니클>이 있고요, 사무실에서 읽는 책은 <존재의 수학>이고, 나머지 책들은 집 안 여기저기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책 여러 권을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독서란 무엇일까
책 읽기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할 시간을 확보해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선생님과 함께. 살면서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할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잠깐의 시간이 나더라도 생각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막상 생각할 시간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연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가 막막하다. 그걸 바로 책 읽기가 해결해준다.
나에게 책 읽는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책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한다. <이동진의 독서법>도 수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고 나는 지금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곳에 답을 적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곳에 적은 것들을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글은 쓰지도 못 했을 것이고 말이다.
바쁠수록, 정신이 없을수록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반성할 수 있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일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상처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고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좋아질 수는 없다. 더 행복해지기는 힘들다.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게 되며 그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좋은 독서란 글씨를 읽어나가는 것,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도 함께 갖는 독서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나를 언제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줄지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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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독서는 신비스럽게도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길을 찾게도 만들고 마음껏 헤매게도 만듭니다. 그리고 세계 앞에 홀로 서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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