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과 함께>라는 제목을 떠올리자 다시 감정이 북받친다. 영화를 본 게 어제의 일인데도 말이다. 수홍(김동욱)과 자홍(차태현)의 처절한 눈물의 고백과 참회가 떠오른다. 그들이 어머니와 함께 겪은 일들, 나눈 대화, 사과, 용서. 그것들이 높디높은 거대한 슬픔의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쳤고 그것들이 눈물이 되어 펑펑 흘러넘쳤다. 그 눈물들을 뒤집어쓴 채 영화관을 나온 나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해도 해도 너무 슬펐다. 그 슬픔이 후회로부터 오는 것이라 더더욱 슬펐다. 나의 어깨는 창피하게, 너무 심하게 들썩거렸다. 두 형제의 눈물이, 어머니의 미소가 나를 울렸다. 왜 이제야, 왜 이제야.......
연말에는 늘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조금 일찍 한 해를, 아니 인생 전체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자홍과 수홍이처럼 죽어서야 사무치게, 간절하게 원하는 것,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일이 없도록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나중에, 나중에 뒤로 미뤄둔 것들, 숨겨둔 것들을 들춰보게 되었다.
자홍이 저승에 가 가장 크게 후회한 것은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었다. 달랑 셋 뿐인 가족. 그들은 가난 때문에, 크고 작은 오해 때문에 15년을 떨어져 지냈다. 자홍은 15년 전 어머니와 동생을 떠났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저지를 뻔했던 일 때문에 큰 죄책감을 안고 그들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죽자마자 저승차사들에게 한 말은 어머니를 보고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15년 동안 찾아가지 못 했던 어머니. 하지만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 재판을 모두 통과하면 어머니의 꿈에 마지막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실제로 다시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기 위해 자홍은 처절하게 고군분투한다. 염라대왕이 이런 그를 향해 중얼거린다. 왜 저승에 와서야 뭘 그렇게 하려 하냐고.
그랬다. 왜 저승에 와서야. 이승에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왜 저승에 와서야. 살다 보면 그렇게 된다고들 한다. 아니, 살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오늘 만날 사람, 다음에 만나자 미루고, 오늘 하고 싶은 것, 다음에 하자 미루고, 오늘 말해야 할 것, 다음에 말하자 미루고. 그렇게 저승까지 가져가게 될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 나에게.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니 늘 미루지 말고 해야 할 일은 사과하는 일, 내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용서를 비는 일. 나의 잘못에 대해 알고,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일.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저승에 가게 된다면 아마 지옥 보다 더한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되리라는 걸 이 영화를 보며 확인했다. 가슴을 쥐고 울부짖는 자홍과 수홍을 보면서 나 또한 그 고통의 한 조각을 맛보는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져 아팠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이승에서 잘 사는 것일까.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자리에서 정당하게 돈 벌고,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좋아하는 일하면서 사는 것. 이게 여태껏 내가 생각해 온 '잘 사는 것'의 조건이었다. 물론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어리석게도 빼먹은 게 있었다. 가장 어려운 일을 잘 하는 것. 즉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을 잘 하는 것. 그것을 잘하고 살아야 정말 잘 사는 것 아닐까... 그래야 이승을 떠날 때 조금 덜 부끄럽지 않을까. 그래도 잘 살았다 나에게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내 곁에 서 있는, 나를 변호해주기 위해 서 있는 저승차사 앞에서 조금은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 대한 얘기를 조금만 하자면 처음엔 좀처럼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특수효과가 너무 두드러져 좀 어색했달까. 특수효과 때문에 주로 세트에서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인지 배우들의 연기도 마치 연극배우들처럼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큰 문제없이 점점 더 영화에 깊숙하게 빠져들었고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특수효과 발전에 놀라기도 했다. 전우치와 비교해보면 말이다. 기본적으로 아주 착한 영화지만 7개의 재판을 통해 장애물이 계속 생겨나고, 원귀를 등장시키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면에선 유독 하정우 배우가 눈에 띄었다. 이번 영화에선 큰 감정 변화가 없는 늘 담담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정의롭지만 촌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너무 멋지게 표현해준 것 같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두근두근하기도. 그의 목소리가 이번 역할에선 아주 큰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이 그 캐릭터를 더욱 신뢰하게 만들어주었다.
평소 인간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 차태현. 그의 이렇게까지 절절한 연기는 처음 본 것 같다. 참 좋은데 왜 그동안 그의 작품을 이렇게도 보지 않았을까 난.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제대로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연기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 덕분인지 이번 그의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장면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감탄했다. 순수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슬픔.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 슬픈 연기 때문에 너무 울었다. 김동욱 배우의 눈물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이 영화는 쉬워서 많은 연령대의 관객들이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로,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다. 아! 함께 보면 너무 좋을 영화다.
단, 손수건을 꼭 준비해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