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위로 그 이상의 위로가 되어준 영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

by Ann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햇살 가득한 사랑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분명. 어느새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내 주변에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훌쩍거리는 소리는 들었으나 그게 우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미세먼지 가득 찬 풍경만 보던 요즘 이 영화는 내 눈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것 같았다. 맑고 파란 하늘, 그 사이를 뚫고 나온 햇살, 푸른 벌판, 나무, 투명한 물결. 마치 잠깐이나마 뿌연 한국을 벗어나 낙원을 여행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뿐 아니라 나의 아주 깊은 내면까지 뚫고 들어가 나를 흔들었다. 찰랑찰랑 거리던 나의 마음속 잔물결을 거세게 일으켰다. 순식간의 나의 깊은 바다는 거칠고 높은 파도를 일으키며 내 마음속을 휘저었다. 결국 눈으로 쏟아져 나왔다.






저들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눈이 부셨다. 게다가 조용한 응원 속에서. 마치 동화 속처럼. 모든 게 동화 같다고 느낀 건 한국의 미세먼지의 영향뿐만 아니라 저들의 사랑이 저토록 아름답고 따뜻하고 안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한몫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내가 보지 못한 동성의 사랑 이야기였다. 어둡고, 불안하고, 습한 느낌의 영화들을 접했던 터라 나는 잠시 내가 동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저렇게 아름답다.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고 잠 못 이루고 질투하고 지켜보고 훔쳐보고 결국 다가가고. 그 과정 모두가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그 찰나가, 그 마음이 무르익어 넘쳐흐르는 시간들이 아름답다. 그 누구일지라도. 오히려 내가 저들보다 더 누리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끝내 다가서지 못하고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응원받지 못했다. 나의 사랑은 병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만 끝내라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버텨냈었다. 그런 나에게 저들의 사랑은, 엘리오의 슬픔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멋진 첫사랑을 경험하고 아파하는, 눈물 흘리는 엘리오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부러웠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의 해맑은 슬픔이 나에게 전해져 그와 함께 눈물 흘렸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공중전화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엄마에게 전화할 때, 엄마의 옆 자리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칠 때, 아버지의 위로를 들으며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일 때, 마지막 엔딩에서 결국 한없이 눈물을 흘릴 때 모두 나는 그가 사랑스러웠고 부러웠고 그래서 함께 울었다. 엘리오는 그렇게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없었는지도 모를 감정까지 그리워하게 만든다.






내 마음의 파도가 가장 크게 일어났던 부분은 아마 모두가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 것 같은,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이 아들에게 위로를 해주는 장면이다. 첫사랑에 강제로 마침표를 찍게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해주는 최고의 위로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 장면에서 나 홀로 울어버린 건 단지 아버지의 위로가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내가 이해받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위로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순간, 펄먼이 하는 모든 말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토닥임이 되어줬고 포옹이 되어줬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야 이해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펄먼이 해주는 위로에 대한 엘리오의 반응은, 그의 표정은 딱 내가 그 순간 짓고 있던 표정이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듣고 있지만 눈물은 계속 흐르는......그의 모든 말들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 같은 그 반응.



아마도 그 장면, 그 긴 대사는 나에게 최고의 장면이자 최고의 대사이자 최고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 원작에도 그런 대사가 있었을까? 그게 궁금해서 원작을 당장 읽어봐야겠다.



이 영화는 위로 이상의 위로가 되는 영화인 것 같다. 소수자들 이외에도 마음의 소수자로서 외로워하고 있던 이들에게 위로와 휴식이 되는 그런 영화. 마치 몸과 마음을 마음껏 충전시켜준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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