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김소영 부부의 책들
점점 쓰는 것이 힘들고 부담이 된다. 뭣 모르던 시절에는 두 손 두 발이 오징어가 될지언정 솔직하게 잘도 떠들어댔는데. 이제 자꾸 펼쳤다 닫았다 펼쳤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노트북이든 아이패드든 노트든.
뭐 하나를 쓰려면 시동 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자연히 다 쓰는 데까지도 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단지 게을러졌다고 하기엔 머리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무언가 가득 찬 것 같아 그래, 이제 써 보자! 하고 코앞에 있는 노트북을 열고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한참을 움찔움질하다가 이내 덮어버리고 만다. 어떨 땐 30분 동안 써놓고 깨끗하게 지워진 흰 화면을 보고 덮기도 한다.
오늘은 어째서 쓰게 되었나. 오상진, 김소영 부부 덕분이다. 두 부부의 에세이를 차례로 읽고 나니 글이 쓰고싶어 졌다.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잘 쓰인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도 차마 나의 글까지 이어지지 않는데 이 부부의 에세이는 ‘너도 써 봐. 쓸 수 있어!’하고 응원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둘 다 원래 직업이 작가가 아닌 데다가 문장과 내용이 쉬워 일기를 보는 것 같다.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들, 한 생각들을 부담없이 써 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물론 쉽게 쓴 글은 아니겠지만. 책 한 권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은 안다. 꽤 오래전부터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도 여태 못한 나니까.
그들의 책을 읽고 있자니 내가 그동안 너무 겉멋이 들었나 싶기도 하고 겁을 먹었나 싶기도 했다. 지나치게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나를 지배했던지, 점점 잘 못 쓰는 것처럼 느껴져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들은 그날 있었던 아주 사소한 일이나 생각을 멋내지 않고 담백하게 써냈다. 문장이 멋들어지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들의 일상이 평소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편하게 쓰인 글을 읽고 있으니 나도 내 얘기를, 누구도 관심 없을 내 얘기를 그냥 편안하게 써 내려가고 싶었다.
적어도 꾸준히 글을 쓰려면 단 한 편의 걸작을 쓰려고 생각하지 말고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계속 써야 한다. 멈추지 말고, 거르지 말고 써야 한다. 읽으면서 쓰고 읽으면서 쓰고 그러다 보면 나아지리라 믿고 엉망진창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써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오상진의 신혼 이야기, 김소영 아나운서의 책방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뭔가 거창한 걸 써야겠다는 욕심이 사라진다. 그냥 오늘 나에게 있었던 일, 들었던 생각을 써보자 하는 마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또 쓰게 되었다. 역시나 나를 쓰게 만드는 건 책이다. 이래서 내가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