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크레더블 2>를 보고
귀여운 것은 언제나 통한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후속편도 베이비 그루트의 역할이 컸듯이 이번 <인크레더블 2>도 아기 잭잭(막내)의 역할이 컸다. 둘 다 귀여운 조연의 힘이 이 영화 전체를 감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이 주인공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끝까지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건 잭잭이와 그루트였으니까.
1편보다 가벼워졌지만 재미는 더 컸다. 1편은 사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만큼 진지했다. 아이들이 보고 즐길 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다. 슈퍼 히어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제들과 그들의 존재의 의미,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 진정한 영웅의 의미 등을 다룬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고 공감을 할 만한 아이들이 있을 리가.
하지만 이번 후속편은 다루고 있는 주제와는 별개로 유머와 액션이 많아서 아이들도 즐겁게 봤을 것 같다. 오히려 진지하려 시도했던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았다. 잭잭(막내)의 다양한 변신, 그가 만들어내는 예측불허의 상황, 화려한 액션과 색감 등은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어른들은 기본적으로 좋아할 거라는 전제하에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사실 웬만한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음악도 한몫 거들었다. 마치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 같달까.
1편에 비해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이야기도 다소 단순해졌다. 육아에 서툰, 자신의 일로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오던 아빠의 육아, 살림 도전기에 엄마의 성장 이야기.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좌충우돌 식의 에피소드는 아이들이 재밌게 보기에 충분했다.
다만 1편에서 더 많이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인크레더블과 엘라스티 걸 모두 제각각 능력이 뛰어난 슈퍼 히어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슈퍼 히어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그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된다. 그런데 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 엄마, 헬렌이다. 밥은 한때 잘 나갔던 슈퍼 히어로 시절을 잊지 못하고 현재 삶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둘 다 똑같은 상황을 맞닥뜨렸는데 자신의 욕망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건, 전쟁 같은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헬렌이다. 물론 밥도 직장에서 나름대로 정직하게 일을 하지만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내내 무기력해 보인다. 한밤중 아내 몰래, 아니 누구도 알지 못하게 슈퍼 히어로 활동을 할 때만 빼고.
2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밥(인크레더블)과 헬렌(엘라스티 걸) 둘 중에서 헬렌이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는데 그녀는 시종일관 미안해한다. 자신이 뽑히기 전에도 뽑히고 난 후에도 아이들을 걱정한다. 그냥 그 모습이 조금은 지긋지긋해 보였다. 왜 엄마만 계속 미안해하나. 그리고 미안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빠는 엄마를 위해 큰 희생을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막내 동생 잭잭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 헬렌은 작전 중에도 계속 잭잭이의 행방을 묻는다. 일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발 하나를 집에 가져다 놓는다. 밥과는 다른 모습이다. 밥도 아이들도 모두 당연하게 막내 잭잭은 엄마의 몫으로 고정해두고 자신들은 도와주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지금에 와서 그런 게 어디 있나 싶어지는 것이다. 너무 늦게.
꽤 오래전부터 엄마와 아빠의 이름과 역할이 나뉘긴 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새로워진 상식으로 보니 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 전담하게 뒀을까 싶었다.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너무 멀리 나가나 싶겠지만 요즘 보는 책들이 그렇다 보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고. 이번 경우가 그랬다.
결국 모든 것들은 잘 해결이 되고 가족은 똘똘 뭉쳤지만,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밥은 또 밥 나름대로 새롭게 알게 되고 깨닫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런 결말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남은 것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미안해하는 헬렌, 끊임없이 가족을 생각하는 헬렌, 자신의 활약을 남편 밥에게 자랑하지만 밥의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모습 등등. 이 영화의 완성도와는 다르게 말이다.
많이 웃고 즐겼다. 1편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속편이었다. 토이 스토리에 이어 속편도 참 좋았던 픽사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다. 왜 이제야 나왔나 싶었다. 이제 토이 스토리를 만날 차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