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소비와 삶

박미정 - <적정 소비 생활>을 읽고

by Ann


‘돈’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것일까. 그 가벼운 것들이 무엇이길래.


나는 밥 굶지 않고, 추울 때 따뜻하게 더울 때 시원하게 자고, 사계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책을 사고 커피를 마신다. 옷도 사고 노트북도 사고 스마트폰도 샀다. 이 정도면 나는 부자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내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책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옷도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의 돈이 계속 내 수중에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들 중에 하나라도 못하게 된다면 나는 꽤 불행하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안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과거보다 돈이 더 없는 상황이다. 과거보다 수입이 줄었다. 그런데 지금 어떻냐고? 그때보다 불행하지 않다. 확실하다. 줄어든 수입만큼 내 스스로가 조절을 해왔던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이라고나 할까. 줄어든 수입만큼 쓸데없는 곳에 덜 쓰고 그것을 좋아하는 곳에 쓰는 등 균형을 맞춰왔던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문득 잊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물론 줄어든 수입이 여기서 더 줄어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그래도 나라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가끔 내가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돈을 위해 일을 하고 돈 때문에 불행하고 불안해할 때 아, 나는 이것의 노예가 되었구나 싶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성시킨다. 돈의 노예가 아니라 그것의 주인으로서 현명하게, 똑똑하게 잘 활용하라고 얘기해준다.


책 전체 내용이 모두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소재를 다시 한 번 접하면서 나의 소비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좋았다. 또 돈의 흐름은 내 삶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는 것도 공감이 되었다. 돈이 나를 불행하게 할 때(살아가는 데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을 돌아봐야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불필요한 것을 잘 구분하고, 자꾸 충동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지 말고, 그 스트레스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파악하고, 내 돈을 어느 회사에 어떻게 쓸 것인지, 쓰지 않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사람의 소비 생활, 건강한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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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지금 하고 있는지를 말이죠. 한번 보내버린 시간, 그때 허비해버린 돈은 다시 회복할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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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자기 반성을 통하여 나를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생각처러머 자기 분석이 그리 용이하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욕망이 '무의식'의 영역이거나 '유전자'의 영향일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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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반대의 과정, 즉 돈으로 해결하던 일들을 다시 가져와서 내가 몸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가사노동이란 어떻게든 해치워야 하는 허드렛일이 아니라 생존을 도모하는 '삶의 기본 기술'이기도 합니다. '웰빙'이라 불리는 참살이의 트렌드는 특별한 이벤트보다 일상적인 삶의 기본에 충실하고 그 질을 높이는 것이 행복의 기반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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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최종 소비자인 우리는 무기력하기만 할까요. 내 스스로 실천하는 절제의 생활 태도도 중요하겠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들을 통제하려면 소비자의 한 표 행사, 즉 누구에게 내 돈을 기꺼이 써줄 것이냐 하는 '소비 의사 결정'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단돈 천 원을 쓰더라도 소비자는 어디에 쓸지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을 후원하고 생태계 파괴자들을 무너뜨릴 힘을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그런 소비자들이 만드는 사회적 디폴트 옵션이 곧 사회적 건강성의 지표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파편화되어 무기력한 존재들 만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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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의 아름다운 결별, 그리고 홀로서기를 위해 이제 반대로 돈으로 하던 일들을 하나둘씩 스스로 해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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