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아무튼, 스웨터>를 읽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그의 따스한 입김이 느껴졌다. 스웨터라는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만히 가만히 털실로 스웨터를 짜듯 차근차근 촘촘한 그의 이야기들.
내가 읽은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문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마 시인이라 그랬을까. 리듬감 있는 그의 문장들이 좋았다. 특히 3부 소설의 대화글들. 황정은 소설의 대화글에서 느낀 리듬감이 이 소설에서도 느껴졌다. 인위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때 김수현 작가의 대화글을 좋아했던 것도 리듬감 때문이었다. 주고받는 경쾌한 리듬에서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잔잔함, 발랄함, 당당함, 우울함 등등.
나도 스웨터를 좋아하는 편이다. 예쁜 색깔, 귀여운 무늬의 스웨터를 보면 고민한다. 살까, 말까. 스웨터는 비싸니까 늘 살 때 고민을 해야만 하는 옷이다. 현재 내가 가진 스웨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스웨터는 지금 입고 있는 파란색 스웨터다. 비비드한 파아아란색인데 사실 살 때 색상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던 스웨터다. 색상이 너무 튀지 않나? 색깔이 예쁘다고 입었을 때도 예쁘라는 법은 없는데... 그래도 흔치 않은 색이라 과감하게 샀는데 이걸 입고 나가는 날이면 매번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성공. 좋아하는 색인 데다가 어울린다는 말까지 종종 들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슬슬 보풀이 심해지는데 보풀 제거기로 제거해나가며 잘 입고 있다. 오래도록 입고 싶은 스웨터다. 나를 자신감 있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게다가 따뜻한 스웨터.
한 가지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도 한 권의 책을 채울 만큼의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을 때 살짝 억지로 짜 맞춘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떻게든 스웨터로 끝내고 말리라, 혹은 어떻게든 택시로 끝내고 말리라 뭐 이런 식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 같은데 그게 갑자기 그 소재로 돌아갈 때 엥? 하고 갑자기 몰입이 끊어진다. 글을 쓰는 사람의 안간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탄한다.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렇게 쓰고 싶다고 해도 잘 안 된다는 걸 잘 아니까.
아무튼.
난 무엇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골똘하게 아무튼 시리즈를 볼 때마다 생각해 본다. 그리곤 괜히 머리를 긁적여 본다. 일단 써보기나 해라 하는 내가 나에게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