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제철 과일이 먹고 싶어 졌다

조제의 <살아있으니까 귀여워>를 읽고

by Ann










제목만 보고 나는 고양이와의 귀여운 삶을 그린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냉큼 다운을 받아 열어보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동화 작가의 살아보고자 쓴 글들, 그림들이었다.

​어떻게든 이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이 불안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귀여운 그림과 짧은 문장들 틈에 무거운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 당연한 듯 들리는 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진심이 담기면 어떻게든 전달이 되나 보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받았다. 그녀의 안감힘을 나누어 받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우울증을 겪었던 걸까, 아니 겪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울감을 느낀 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글쎄, 다른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의심이 들었다.


조제 -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중에서



이유 없이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할 때가 나에게 생각보다 많았다. 정말로 이유를 모르겠어서 답답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면 해결을 할 텐데 싶어 객관적인 나의 상황들을 하나하나 따져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작가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에 아, 이거구나 싶었다. “오랫동안 이어온 마음의 습관. 너무 오래 슬프거나 불안했기에 아무 일 없어도 마음이 그럴 수 있다.”

​지금은 괜찮다고 할지라도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마음의 습관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럴 땐 나처럼 허겁지겁 찾아지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지 말고 지금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다. 나는 내가 심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혼자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그것이 어쩌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른 채 나를 다그쳤으니까. 별일도 없는데 넌 왜 자꾸 불안해하니. 엄살 피우지 마.

​그녀의 우울증 극복기를 보면서 나는 뭘 그렇게 잘난 척을 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음을 왜 자꾸 잊고 사는가. 왜 자꾸 내가 더 많이,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가. 이 정도로 해내는 것도 나로선 대단한 일인데. 세수, 밥 먹는 일에도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그녀를 보면서, 그렇게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모든 마음의 병은 ‘조금 더’에서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조금 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못하는 일들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 항상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멈춰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면서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또 앞만 보고 달리지도 못하면서 달리려 하고 있었구나. 잘난 척하고 있었구나.



여름에는 공원 앞에 항상 있는 과일 트럭에서 참외를 샀다. 그다음 날에는 복숭아를 사 먹었고, 또 자두도 사 먹었다. 모두 다 여름이 제철인 맛있는 과일들이었다. 우울증이 심할 땐 밥도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제철과일을 챙겨 먹는 사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과일을 먹으면서 결심했다. 앞으론 꼭 싱싱한 제철과일을 챙겨 먹겠다고.



이런 귀여운 그녀의 결심을 읽으면서 우습지만 정말 사는 게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며 잠시나마 기분이 가벼워지고 좋아졌다. 생각해보니 제철 과일이 뭔지도 잘 모르고 살고 있었다. 사시사철 먹고 싶은 과일들을 마트에서 사다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글을 읽으니 왠지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과일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과일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하면 좀 더 삶에 정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우연히 만난 책인데 마치 비타민처럼 힘이 되어준 책이다. 글쓰기에도 그림 그리기에도 좋은 자극이 되어준 책이다. 귀여운 그녀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조금씩 삶에 정을 붙이려는 그녀의 노력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응원한다.











ㅣ북크러쉬에서 책 보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무튼, 쓰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