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원고를 붙들고 방황한다. 몇 번이고 그만둘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럴 수는 없지. 읽으면 읽을수록 내 글이 하찮게 느껴진다. 내 글을 읽을수록, 남의 글을 읽을수록. 한 마디로 그냥 내 글이 맘에 들지 않는 순간이 많다.
그러다 정말 몇 안 되는 순간, 내 글이 맘에 드는 순간이 있다. 오? 내가 이런 글을 썼단 말이야? 이런 순간은 좀처럼 없지만 살면서 입맛이 없을 때만큼 아주 가끔 찾아온다. 쓴 지 오래된 글들을 볼 때다. 내 글이라는 실감이 잘 나지 않을 때 보면 마음에 들기도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책도 조금 시간을 두고 보면 마음에 들까?
늘 '좋은 게 좋은 거야, 나를 너무 다그치지 마' 모드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나를 너무 모르고 살았다. 역시 누구나 잘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것이다. 내 실력을 알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길 원하는 뻔뻔함까지 발휘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가 그런 분야였나 보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있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