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이야기를 마치 현재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해내 쓰는지. 책을 쓰면서 나는 과거의 기억에 관한 글을 쓰는 데는 너무 소질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순간순간을 기록하려 애썼는데 어쩜 그리도 기억나는 일들이 없는지. 아무리 그때를 떠올리려 해도 특별한 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트라우마로 남은 일들만 쓸데없이 생생하게 기억날 뿐이다.
그것이 글 쓰는 재능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현재, 순간의 감정을 쓰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진 걸까. 아프고 힘들 때마다 글을 써왔기 때문에?
일단 기억나는 일들을 하나씩 적어보기로 했다. 기억하려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딸려 나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