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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Sep 01. 2021

기적이 아니라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

영화 <기적>을 보고






코로나가 나타나면서부터 극장에서 볼 영화, 나중에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 볼 영화를 나눠왔던 것 같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에 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마스크를 써야 하는 점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다양성이 전보다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하던 중 반가운 영화 한 편을 만났다. 소소하고 따듯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영화 <기적>이 바로 그 영화였다.


영화 <기적>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차도도 없고 기차역도 없는, 오로지 기찻길만 있는 마을에 기차역을 만들기 위해 준경(박정민)은 끊임없이 청와대에 손 편지를 보낸다. 당연히 답장은 오지 않는다. 그래도 준경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마을로 전학 온 라희(임윤아)와 함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영화의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배우 캐스팅이었다. 특히 박정민 배우는 이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준경 역에 박정민 배우를 대신할 배우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순수함을 드러내면서도 로맨스도 소화해야 하고 소소한 유머도 담당해야 하며 후반부에는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해야 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누가 또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배우는 없었다.


박정민 배우와 누나 보경 역을 맡은 이수경 배우의 남매 캐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였다.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위하는 남매의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눈물을 쏟게 만들기도 한다. 웃음과 감동의 균형이 이 둘을 통해 잘 유지된다.


이 영화는 장면 장면이 무척 아름답다.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의 풍경, 준경의 가족이 사는 집과 집 안에 있는 소품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만 했던 내게 탁 트인 풍경과 시골의 아기자기한 집과 소품 구경은 마치 여행을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추억의 소품들도 등장하는데 특히 준경과 라희가 카세트테이프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나만의 추억에 빠져있기도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적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기적이란 무엇일까? 보통 기적이라는 단어는 커다란 사건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게 기적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결코 허물 수 없을 것 같은 벽도 한 번의 용기를 시작으로 끝내 해낼 수도, 허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는 준경의 손 편지이고 준경의 아버지 태경의 용기 어린 고백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족들이 떠올랐다. 다가오는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보며 울고 웃으며 소중한 추억 하나를 더 간직하게 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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