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잔뜩 떠오르는 밤이다. 잠든 아빠의 어쩔 수 없는 기침 소리가 그 슬픔을 더한다. 자꾸 그 슬픔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아 세운다. 오늘의 작은 기쁨들을 떠올리며.
동생과 빗속을 뚫고 커피를 마시러 동네 카페에 갔다. 쌀쌀해졌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우리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진 채로 비가 그친 바깥으로 나왔다.
함께 집으로 걸어가며 오늘 저녁 뭐 먹을까? 물었다. 동생은 "샌드위치 해 먹을까?"라고 했고 나는 "음...무슨 샌드위치?"하고 되물었다. 동생은 머쓱한듯 웃으며 "몰라."라고 대답했다. 허무 개그 같은 대화를 나누며 같이 웃었다.
웃고 있었을 우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시 슬픔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