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네 어느 카페에 와있다. 한쪽 벽면에 큰 창문이 활짝 열려있어 빛도 좋고 상쾌하다. 덕분에 도통 쓰지 못했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최고의 전략은 어디서든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형편없다고 생각되더라도 단어 몇 개를 쓰거나 슬라이드 몇 장을 만들면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데일리 크리에이티브>라는 책의 이 문장이 용기를 주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자꾸만 글을 쓰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쓰던 시절이 그립다. ‘형편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유롭게 써봐야지 다짐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하려 하지 말고 한 번에 딱 1,000자 내외로. 그럼 어떤 이야기로 빈 화면을 채워볼까.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와 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써본다.
3월 2일은 지혜의서재가 문을 연 날이다. 단 한 명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책, 누군가 좋아할 책을 골라 직접 만든 천 주머니에 편지를 담아 보내기 시작했다. 한 권의 책보다 비싼 가격이기에 과연 누가 신청할까?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문을 연 그날 내 예상보다 많은 분이 나의 첫 시작을 반겨줬다. 온라인으로 들어온 신청서를 읽으며 기뻤고 고마웠다. 적어도 그분들 덕분에 시작이 초라하지는 않았다.
누가 내게 책을 살까? 의심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기적적으로 여전히 누군가 내게서 책을 산다. 나는 이 상황을 기적이라 생각한다. 이 기적은 지혜의서재를 여전히 찾아주는 이들의 선한 마음 덕분이라는 걸 안다. 이렇게 작은 곳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는, 다양한 서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어쩌면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찾아주는 이들 덕분이다. 나 또한 그 마음을 받아 작은 곳에 시선을 두고 애정을 쏟는다. 그 마음들이 돌고 돌아 결국 또 내게 돌아온다. 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결국 나는 책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