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야단법석을 읽고
아직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더 이상 지금의 나는 그 기억이 재생되는 영상을 보지 않게 되었다. 그 영상 속 나를 괴롭히던 사람에 대한 미움도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전과 달라진 점은 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떠올리면 끔찍한 기억을 준 그에 대한 이해심이 어느새 생겨난 것이다. 그 사람에게만 맞춰져있던 초점이 방향을 바꿔 나를 바라보게 됐다. 총 7년이 걸렸다. 그 방향을 바꾸는데 말이다.
모든 것이 상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상 속 그 장면만 보면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할만한 일이지만 그 영상은 앞이 잘려있는 영상이라는 것을 그땐 알지 못 했다. 이제야 나는 앞 장면을 보게 된 것이고 그 장면 속의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앞 장면을 보고 나니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한 내가 있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한 인간으로서, 대단치 않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너무 괴롭고 힘들고 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원망과 분노로 나의 감정이 가득 차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이제야 그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긴 것이다. 이해라는 틈 말이다. 그리고 그 틈으로 작은 숨이 내쉬어졌다.
하루아침이 아니라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7년을 문득문득 예고 없이 재생되는 그 영상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런 나에게 이해할 수 있는 작은 틈을 만들어준 것은 내 몸을 가꾸듯 내 머리를 채우듯 내 마음을 가꾸고 마음을 채우려 했던 노력들이다. 솔직히 그 노력은 절실했기 때문에 저절로 하게 된 것이다. 나처럼 의지력 약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이 아니었다. 정말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노력들 가운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책이었고 그 책들 중에서는 바로 '법륜 스님'의 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법륜 스님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다.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의 인생은 법륜 스님을 알게 된 이후 180도까지는 아니지만 약 10도 정도 방향이 틀어졌다고. 내가 알던 나와는 좀 달라졌다고.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오히려 천주교 신자다. 법륜 스님의 말씀은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을 바탕으로 말씀하시긴 하지만 아주 보편적인 부분만 해당된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스님의 책과 말씀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 도움이 된다. 나에게 법륜 스님은 종교인이 아니라 내 인생에 환한 빛을 비춰주는 안내자 같은 존재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스님의 영상을 보았고 책을 읽어왔다. 조금씩 매일 접했다. 흔들리는 부분들이 잠시나마 멈췄고, 시끄러운 소리들이 고요해졌고, 혼란이 가라앉았다. 세상 속에서 묻혀온 때를 벗겨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내가 새로 고침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쁜 감정, 나쁜 생각, 나쁜 그 어떤 것들이 매일 정화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깨끗하고 맑은 감정, 생각들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 결과 나는 그를 이해하게 됐고 그를 용서하게 됐고 더 이상 그 영상으로 인해 괴롭지 않게 됐다.
힐링과는 다르다. 나는 스님의 책을 통해 위로받지 않았다. 스님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스님은 그저 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알려주셨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진리에 대해 쉽고 명쾌하고 재미있게 때론 단호하고 엄하게 알려주셨다.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고민을 통해 누구나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는 하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진리와 지혜를 알려주셨다. 그의 지혜를 나는 야금야금 받아먹었고 그것이 내 마음에 영양제처럼 작용을 해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만들 수 있었다.
깨달음의 길. 진리의 길을 멀리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아내가 죽었든 남편이 죽었든 부모가 죽었든 어떤 상황 안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사물을 늘 긍정적으로 보세요. 기독교를 믿든 불교를 믿든 미국에 살든 한국에 살든 남자든 여자든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면 육체적으로도 좋은 에너지가 나옵니다. 보톡스 주사를 안 맞아도 얼굴이 좋아지고 머리에 검은 물 안 들여도 좋아져요.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세요.
나를 괴롭히는 영상에서 눈을 떼고, 미워했던 사람 하나 이해하게 됐다고 해서 나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내가 나의 괴로움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전히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들은 때로는 진부하게 때로는 창의적으로 내 앞에 나타난다. 알면서도 괴로워하고 몰라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혔던 큰 덩어리를 치워 냄으로써 작은 덩어리들을 치우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지고 빨라졌다. 괴롭지만 그것에서 너무 오래 머물지 않게 되었다. 이것보다 훨씬 더 큰 덩어리가 나를 찾아온다면 또 괴로워하겠지만 그땐 알고 있을 것 같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무엇이든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그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현존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통찰력이 뛰어나신 분이 법륜 스님이신 것 같다. 그가 오래도록 제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님께서 남긴 책들은 그가 훗날 이 세상을 떠나실 때 나에게 남겨주시는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간직해서 두고두고 볼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스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다. 그리고 지금은 늘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
나처럼 자신만이 알고 있는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또 스님의 다른 책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처럼 아주 조금이라도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