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겸손 그리고 노력

by Ann


사는 낙이 없다고 한다. 서른 중반의 나이를 훌쩍 넘긴 그 사람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이미 놀 것 다 놀고 해볼 거 다 해봐서 재밌는 게 없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지루해 보였다.


한 달 전쯤 3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영화 수업을 신청했다. 나에게 적은 돈은 결코 아니었다. 2주에 한 번씩 퇴근 후 버거운 운전대를 잡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 길치인 나는 가도 가도 늘 새로운 길인 것만 같은 그 길을 뚫고 그곳으로 간다. 퇴근 후라 피곤하기도 하고 운전이 여전히 무섭기도 하지만 단 한 번도 가지 말까? 하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봤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영화가 다 비슷비슷한 것 같고 조금 다른 것 같은 영화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난해하거나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 점점 영화관으로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영화보기'가 나에게 재미없는 무엇이 된 것이다.


그 수업을 듣고 나서 그동안 봐 왔던 영화들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장면 장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자꾸만 생각하기 시작했고,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나의 자세가 달라졌고 전보다 영화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웠다.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에게 한 달 전의 영화 보기와 지금의 영화 보기는 달라졌다. 앞으로 남아있는 수업까지 다 듣고 나면 또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얼만큼의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새롭지 않은 게 아니라 새롭게 들여다보지 않는 거고, 재미있는 것들이 없는 게 아니라 재미를 찾지 않는 거고, 지루한 게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거다. 아직 모르는 것들이 이 세상에 가득 차 있는데 다 안다고 자만하는 거다. 세상이 아주 쉽게 내 뜻대로 될 거라고 착각하는 거다.


내가 그랬다.


재미있고 설레고 즐거운 인생은 결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