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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운을 마루코에게 모두 걸었다.

2016년 크리스마스 한정 마루코 스크래치 복권 구매기

by DANA

나의 최애(最爱)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국민 만화영화 '치비 마루코짱(국문명: 마루코는 아홉살)'이다. 시즈오카에 있는 마루코 랜드 방문이 감격스러울 정도였던 나는 사가 여행중 길거리에 있는 복권 부스에서 크리스마스 한정 마루코 스크래치 복권을 발견했다.


치비마루코짱 스크래치 복권 최대 당첨금 300만엔 '산타는 (복권을) 긁은 사람에게 찾아온다.'

처음 이 복권을 본 것은 2016년 12월 초에 혼자 떠났던 나가사키 여행에서였다. 그때는 사보지 못했는데 그 이후 들렀던 사가에서 다시 발견하고는 마지막 기회다 싶어 남편과 함께 긁어 보았다. 1등 담청이면 300만엔인데, 그렇게 되면 2016년 내내 다녔던 여행 경비를 회수하고도 남겠다는 헛된 꿈을 잠시 꾸었다.


긁는거야! 당첨이야! 꿈을 꿔!

마침 복권 판매 부스에는 귀여운 마루코 스크래치 복권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괜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1등이 됐는데 외국인이라고 당첨금 안주면 어쩌냐고 헛소리도 잠깐 했다.

복권은 장당 200엔이었고 재미로 한차례 즐겨보기 적당했다. 마루코 스크래치 복권을 달라고 하면 판매원이 여러장의 복권을 내밀며 한장을 고르라고 한다. 염원을 담아 한장을 골랐다.


세번의 기회가 있다. 그 중 한줄이라도 마루코 얼굴 세개가 나오면 1등 당첨이다. 루돌프 3개면 10만엔, 썰매 3개면 1만엔, 트리 3개면 3천엔, 리스 3개면 1천엔, 장화 3개는 2백엔의 당첨금을 획득한다. 즉 장화 3개면 복권 구매비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터무니없이 1등을 바랄 것이 아니라 소박하게 썰매 3개만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복권을 골랐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천천히 긁는데 시작부터 마루코 얼굴이 보인다.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정말 1등이면 어쩌지...


아쉽게도 마루코 얼굴은 두개가 끝이었다. 뒤이어 계속 긁어보았다. 아직 두번의 기회가 있지 않은가.


결국 마루코 얼굴 3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번째 기회에서 장화 3개가 나왔다. 그렇게 복권 구매비를 회수했다. 1등을 기대하며 긁다보니 갑자기 김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낯선 곳에서 처음하는 복권으로 원금을 회수하다니 이것도 운이라면 운이겠다. 복권 판매 직원에게 보여주니, 웃으면서 '당첨이네요!'하고 복권은 가져가고 200엔을 내주었다. 순간 200엔 대신 저 복권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복권 긁는 30초 정도 심장이 쫄깃했고 나름 재미있었다. 남편도 사진찍다가 마루코 얼굴이 2개 나왔을 때는 내심 기대했으리라. 2016년말 사가여행에서의 이 복권에 아마도 2016년 마지막 행운을 모두 쓴 것 같았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고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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