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에 푹 빠진 이유
나는 원래 큰 도시를 여행할 때, 다소 안도감을 느끼는 편이다. 예전에 중국 톈진(天津/천진)에서 유학하던 시기에 야간 기차를 타고 피서산장(避暑山庄/삐슈샨좡)이 있는 청더(承德/승덕)라는 곳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원체 작은 도시라, 피서산장 같은 유적지 부근은 더욱이 외진 곳이었다. 그때의 그 불안감은 시내에 이르러 KFC를 발견하자 눈 녹듯 사라졌다.
서론이 길었는데, 도시만 찾아다니던 내가 소도시 여행이 좋아진 것은 일본 덕분이다. 물론, 중국과 일본은 같은 소도시라 해도 분위기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오키나와 여행에서 렌터카를 타고 들렀던 작은 마을들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계획 없이 비행기표와 숙박, 렌터카 예약만 한 상태로 떠나는 소도시(내지는 중소도시) 여행을 즐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중소도시 여행은 ‘나에게 맞는 여행이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느끼게 해주었다. 어쩌면 결혼한 후에 한 여행들이라 남편이랑 함께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시간 단위로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다니던 내가 어느샌가 현지 공항에 비치된 가이드 안내 책자를 보기 전까지는 별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
최근 여행에서 주로 하는 것은 동네 산책. 호텔에 짐을 맡기고 일단 밖으로 나간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어차피 스마트폰이 있으니 길 잃을 염려가 없다.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다 보면 그 동네에만 있는 작은 카페도 만나고 동네 슈퍼도 만나고 고양이도 만난다. 다만 이런 산책을 하려면 10-11월같이 걷기 딱 좋은 가을에 여행을 해야 한다. 더운 것 보다야 추운 것이 낫기 때문에, 겨울도 괜찮다. 여름엔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지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별 것 하지 않지만, 이렇게 걷다 보면 대부분 유적지나 관광지를 지나가게 된다. 그래도 여행이니 관광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두 번째 방문했던 시즈오카는 이미 한 본 와봤던 곳이라 여유가 넘쳤다. 처음 왔을 때는 슨푸조 공원(駿府城公園)도 일부러 찾아가고 했지만, 두 번째는 골목골목 걸어 다니기 바빴다. 첫 여행에서 우연히 지나다녔던 골목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골목을 거닐며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예쁘다’, ‘깨끗하다’ 같은 동경의 마음이 담긴 말들. 이방인으로서 봐서 그런 걸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들 행복해 보였고 저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현지인이라면 결코 보지도 찍지도 않을 별 것 아닌 것들을 사진에 담으며 산책한다.
시즈오카 첫 방문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도라야키(どらやき) 집을 찾았다. 시즈오카 관광안내소에서 가져온 안내 책자에도 소개되어 있었고 찾기도 쉬운 곳인데, 어째서인지 처음 왔을 때는 이 거리를 산책하고도 도라야키 집은 보지 못했다.
듣기로는 도라야키 달인으로 티비에도 출연한 곳이라고 했다. 도라야키 하면 일본 영화 ‘앙(あん)’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도 제과점에서 가끔 사 먹지만, 만드는 모습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크기와 두께로 반죽을 부어 빵을 굽는다. 그러니 달인이겠지?!
막 구워진 120엔짜리 도라야키를 하나 들고 하던 산책을 마저 한다. 한 입 먹고는 그다지 달지 않은 도라야키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들어간다. 직접 만든 팥이라 팥 알갱이도 살아 있다.
이런 여유가 그리워 주기적으로 일본 여행이 생각난다. 중국 여행과는 아주 다르고, 중국 여행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일본 여행엔 있다. 그래서 오늘도 여행 준비!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