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 토로로지루(とろろ汁) 전문점 원조 쵸지야(丁子屋)
사실 참마즙 밥은 외국인이 두루 좋아할 만한 인기 있는 일본 음식은 아니다. 무맛(無味)에 가까운 슴슴한 음식인데다, 약간 끈적이는 식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토로로메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예전 일본 드라마인 오센(おせん)이었다. 잘 지은 밥에 뽀얀 마즙을 얹어 먹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토로로메시(とろろ飯)를 한 번쯤은 맛보고 싶었고 이런 토로로메시를 400년간 대를 이어 해오고 있는 시즈오카의 쵸지야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살짝 점심시간을 비껴간 시간대(약 2~3시쯤)에 방문해서 그런지 내부는 아주 조용했다.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들어간 일본인 부부와 아가가 있었는데, 이렇게 두 테이블 말고는 비어있는 것 같았다.
내부는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크게 낡아 보이지 않도록 잘 수리를 해놓았다. 역사가 긴 노포에 가면 내부 시설이 열악한 것을 감안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쵸지야는 그런 점에서 매우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가게 앞에 소개된 옛 가게 모습의 그림을 보니, 처음엔 노점처럼 시작했다가 크게 인기를 얻어 점포를 차리게 된 것 같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다. 토로로지루를 기본으로 하여 몇 가지 세트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참고로 일반적인 토로로메시는 그냥 밥에 마즙을 올리는데, 토로로지루는 마즙에 된장을 섞어 만든다. 그래서 일반 마즙보다 간이 약간 되어 있는 편. 쵸지야의 첫 번째 메뉴인 마리코(丸子)세트가 토로로지루와 밥, 미소시루와 약간의 츠케모노로 구성된 가장 기본 세트이다. 그리고 혼진(本陣), 후츄(府中)세트는 마리코 세트에 튀김과 디저트가 더해져 있다.
우리는 혼진과 후츄 세트로 주문을 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이날의 목적은 정통 참마즙 밥을 맛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따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며 메뉴판에 소개된 참마즙밥 먹는 방법을 살펴본다. 그림으로도 소개되어 있는데, 적당한 양의 밥을 그릇에 덜고 그 위에 토로로지루를 올리고, 함께 나온 쪽파 등을 취향껏 얹어 후루룩 마시듯 먹는다.
기본적인 츠케모노와 멸치, 유자로 만든 밑반찬이 준비되었다. 슴슴한 토로로메시에 간을 더해주는 중요한 반찬이다. 부족할 경우 유료로 추가할 수 있다. 추가할 경우 이보다 넉넉한 양으로 제공해준다.
보리가 섞인 밥이 한 솥 나오는데, 부족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한 양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토로로지루. 된장이 섞여있어 약간 갈색빛을 띠고 있다.
메뉴판에 소개된 대로 적당히 밥을 덜어 토로로지루와 쪽파를 얹었다.
토로로지루가 섞이면 밥알이 약간 따로 놀아, 숟가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약간 든다. 하지만 열심히 후루룩후루룩 마셨다. 된장이 섞여도 슴슴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맛보는 토로로메시가 약간 낯설기도 했지만, 몸에 좋다고 해서 계속 먹다보니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
혼진과 후츄 세트에 제공된 튀김 역시 마를 튀긴 것, 또는 마에 간 콩을 섞어 튀긴 것이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다. 그치만 그중에서는 가장 아껴먹게 되는 메뉴;;
비싼 가격이었지만, 정통과 건강을 한 번에 맛본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대중적인 맛이 아님에도, 여행 중 보다 건강한 일본의 맛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즈오카의 쵸지야를 추천한다. 쵸지야까지는 버스를 타고 한적한 마을까지 가게 되는데, 버스에 앉아 조용한 마을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좋다.
밥 먹고 나와 바로 떠나기 아쉬워 주변을 거닐었다. 부른 배 두드리며 마을 주민처럼 산책을 하니 우리 여행의 목적인 휴식을 충분히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있는 귤나무가 인상 깊었다. 산 중턱에도 희끗희끗 오렌지빛이 보여 자세히 보면 모두 귤나무였다. 쵸지야 옆에 작은 상점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키운 귤을 판다. 꽤 많은 귤이 담긴 한 봉지를 500엔에 샀는데,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다음날 렌터카여행하면서도 야곰야곰 까먹었다. 쵸지야에 들르게 된다면 꼭 옆집 귤도 먹어보기를 권한다. :)
元祖 丁子屋
일본 〒421-0103 Shizuoka Prefecture, Shizuoka, Suruga Ward, Mariko, 7 Chome−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