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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최고 절경은 시즈오카 니폰다이라 호텔에서

눈 뜨자마자 침대에서 보는 눈 덮인 후지산의 감동

by DANA

2016년 11월에 처음 시즈오카에 갔을 때는 11월 초라 후지산에 아직 눈도 덮여있지 않았다. 2017년 11월 말에 다시 방문하니 후지산이 이미 예쁜 눈옷을 입고 있어 마치 처음으로 후지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눈 덮인 후지산을 보고 싶은 스폿이 정해져 있었는데, 바로 시즈오카의 니폰다이라 호텔(日本平ホテル)이다.

여행 갈 때마다 대부분 날씨 운이 잘 따라주는 편인데, 두 번째 시즈오카 여행이 특히 그랬다. 살랑살랑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고 따뜻한 햇살은 덤으로 계속 우리와 함께 했다. 니폰다이라호텔은 위치가 좋은 호텔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대 별로 시즈오카 역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렌터카가 있다면 호텔까지 가는 산 언덕 길이 드라이브하며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투숙객을 위한 호텔 바로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를 끌고 로비로 향하면 직원이 다가와 체크인을 도와준다.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룸이 이미 준비되어 있어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체크인이 끝나면 직원이 방까지 안내를 해주고 룸 내부 시설과 사용 방법 등을 간단히 설명해주고 나간다.

룸 내부는 일본 호텔답지 않게(?!) 넓은 편이다. 일본 소도시 여행 다니면서 아담한 호텔에 이미 적응한 터였지만, 오랜만에 널찍한 룸에 입성하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그리고 니폰다이라 호텔에 묵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인 바로 후지산 뷰. 니폰다이라 호텔에 묵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후지산 뷰를 추천한다. 물론 반대편보다 비싸긴 하다. 조식까지 포함해 1박에 40만 원 가까운 금액이었으니, 시즈오카 시내 비즈니스호텔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방마다 마련된 개별 테라스에서 가을바람맞으며 고요하게 자리 잡은 눈 덮인 후지산을 감상하는 것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절경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굳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호텔 뒤편 정원을 거닐며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룸 테라스에 앉아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며 바라보는 후지산은 또 감회가 다르다.

원래는 짐만 놓고 나가 놀 예정이었는데, 테라스에서 넋 놓고 후지산 바라보며 사진 찍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욕실에는 욕조가 준비되어 있고 세면대가 따로 있어 편리하다. 이쯤 되면 화장실은 어디 있나 싶은데,

화장실은 욕실 맞은편에 보다 프라이빗하게(?!)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 내부에 작은 세면대가 따로 있어 좋다.

매 순간이 감동이었지만, 이 호텔에 머무르기 잘했다고 생각한 첫 번째는 이튿날 아침 자고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누워서 후지산을 감상했을 때이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웃음이 절로 난다.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니폰다이라 호텔에 감동한 두 번째 순간은 바로 조식을 먹을 때이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웨이팅이 있더라. 내부에 자리가 남아있는 것 같은데도 웨이팅을 하길래 왜 그런가 봤더니, 모든 투숙객이 후지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10분가량 기다려 4인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후지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서로 마주 보며 식사를 하면 금방 식사가 끝나는데, 둘이 이야기도 하고 후지산도 바라보고 하니 자연스럽게 느긋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호텔 뒤편 정원을 거닐었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마침 시즈오카 여행을 하던 당시 통번역대학원 입시 결과가 나온 직후였기 때문에, 그런 나에게 시즈오카 여행과 후지산은 크나큰 보상으로 다가왔다.

푸른 하늘에 후지산, 구름, 나무까지, 이 모습은 3박 4일 동안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물론 그중 최고는 니폰다이라 호텔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

정원 산책을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정원사들이 계속 잔디와 나무 손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분명 가을인데 봄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늘과 나뭇잎은 가을을 지나 늦가을을 보여주는데, 나무에 핀 꽃을 자세히 보면 이제 막 봄을 맞이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후지산 봉우리를 보고 있자면 이건 겨울인가 싶기도 하고...


숙박 시설, 서비스, 풍경, 조식까지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니폰다이라 호텔이었다. 처음에는 1박 2일만 묵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다녀와 보니 여유가 된다면 여행 전체 숙박을 니폰다이라 호텔로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시즈오카 방문을 앞두고 있다면 니폰다이라 호텔에서의 1박을 격하게 추천한다. 아마 여행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서 본 후지산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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