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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16. 2020

내게 온 선물들

(feat. 육아 일러스트)

첫째 아이가 둘째, 셋째를 불러 모으기에
슬쩍 보니, 셋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기분이 센치해서 그런가 오늘은 파스텔로 칠하게 된다.


​나는 모르는 척, 못 본 척하며 설거지를 했지만
사실 셋이 왜 모인 건지 너무 궁금했다.


첫째는 아주 아기 때부터 평화주의자(?)였다.
첫째가 4살쯤 (동생들이 아직 안 태어났을 때다.) 집에 작고 새빨간 무당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었는데
벌레 자체를 너무 싫어하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퍽! 했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엄마, 무슨 곤충이야?"
"무당벌레야."
"나쁜 벌레야?"
"아니, 진딧물 먹어서 식물이 잘 자라게 해주는 착한 곤충이야."
"엉엉엉!!! 근데 왜 죽였어?!!!!! 엉엉"

아이를 처음 키워봐서 난 그때 몰랐던 것이다.
어떤 행동도, 말도 무심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쨌든 첫째는 이런 성향으로

지금까지도 작은 곤충 한 마리 함부로 죽이지 않고

길가의 식물도 밟거나 꺾지 않는다.
우리 집의 식물 물 주는 일은 첫째 아이 담당이다.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
나와 애아빠가 어쩌다가 물 주는 것을 한 번이라도 게을리했다가는 첫째에게 잔소리 폭탄을 들어야 했다.
보다 못했는지 화분에 물 주는 일을 첫째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째가 자기 뒤로 태어난 동생들을 불러서는 무엇을 하는고 하니,
애아빠가 사 온 다육이 화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 봐. 모양은 다르지만 이 둘은 같은 종류야."
부터 시작해서
물은 언제 얼마큼 줘야 하고
햇볕을 잘 받아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평소 시끌벅적한 동생들은
신기하게도 오빠의 말에 집중하여 듣고 있었다.
왈가닥 둘째는 오빠의 잔소리 폭탄을 익히 알기에 (7살 평생 첫째의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조용히 잘 듣는다.
어쩔 때 보면 내 말보다 첫째 말을 더 잘 듣는다.

사실 맞벌이 생활 너무 힘들어
첫째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으려 했었지만

이렇게 셋이 태어나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코 끝이 찡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선물을 셋이나 주신 하늘에 감사하다.
사람들은 셋이나 어떻게 키우냐 하지만
셋이라 키운다.
나 같은 사람에게 과분한 녀석들이다.

고마워 다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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