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정적인 첫째,
청개구리에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
그리고 아직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두 돌 된 막내.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단어, 코로나.
2020년
초등 첫째 아이,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둘째 셋째 모두
어린이집과 학교를 거의 보내지 않았다.
여느 부모들처럼 나 역시 내가 병에 걸리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출석 일수나 어린이집 양육수당 같은 것은 이미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았다.
조금 줄어드는 듯싶어 어린이집에 어쩌다 한 번 보내면 다음 날 날아오는 긴급공지.
[학부모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당분간 어린이집 운영 중지합니다.]
'어휴, 어제 어린이집 보내지 말걸.'
그 학부모는 아이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나 눈물짓고 있을까.
나 역시 그 아이가 코로나 음성이 나왔다는 공지를 받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된다.
아이가 셋이 되다 보니 난 집에서 궁둥이 붙이고 앉을 틈이 없다.
집에만 있는데도 왜 그렇게 배가 고프다는지 모르겠다.
아침밥 다 먹자마자 십분 뒤 배고프다며 냉장고 문을 오분에 한 번씩 여는 녀석들.
결국 내 하루 일과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침밥, 간식, 설거지, 점심밥, 간식, 설거지, 저녁밥, 간식, 설거지. 애들 씻기기. 잠.
2020년을 이렇게 살았다.
게다가 가까운 거리도 전속력을 다해 뛰는 둘째,
뒤따라 뛰는 셋째.
뒤따라 소리 지르는 나.
"뛰지 마!!!!!!!!!!!!!!!!!!!!!!! 혼나 볼래? 몇 번을 말해?!!!!!!!!"
뛰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은 이미 만 번은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뛰니 소리를 지를 수밖에ᆢ
난 점점 마녀가 되어갔다.
10월 어느 날, 밥밥밥밥밥 하는 아이 셋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일 하는 남편한테 전화,
"엉엉. 나 이제 못하겠어. 엉엉. 나 쉬고 싶어."
그 날 바로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오는 티켓은 끊지 않았다.
오고 싶을 때 올 셈이었다.
다행히 그때 제주도 확진자는 거의 한 달째 0명이었고 누적 확진자는 50명쯤 되었을 때였다.
게다가 제주는 부모님의 고향.
친척들도 모두 제주에 계신다.
(나 혼자 아이 셋을 다 데리고 간 것은 안 함정.)
어차피 독박 육아할 거 공기 좋은 제주에서 독박 육아하리라.
비행기 표를 끊고 그 날 차량 탁송 접수.
와, 3일 후 떠난다.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 떠나기 바로 전 날 아무 숙소나 잡았다.
10월 마지막 주, 그렇게 제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