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퀘한 냄새, 악쓰는 아이의 울음소리, 남자의 고함소리, 여자의 비명..
남편과 부부싸움 끝에 맨발로 뛰쳐나와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다 보니 우리 부부처럼 싸우는 집이 많이 있는지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린다.
퉤!
아까 싸우다가 홧김에 입에 욱여넣었던 고무나무 잎을 뱉는다. 남편의 울먹거림이 귓가에 맴돈다.
소금기 있는 싱그러운 냄새, 끊임없는 파도소리, 데이트하는 커플들의 웃음소리, 수많은 별자리, 길가의 가로등보다 더 밝은 커다란 보름달..
밤바다를 보고 싶다는 아이들과 나온 바닷가.
지금의 이 순간이 진짜 내가 있는 곳이 맞는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가.
몇 번이고 바다를 향해 악을 써 소리쳐본다. 사춘기 첫째 아이가 창피하다며 차로 숨어버리지만 그마저도 귀엽고 행복한 순간이다.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휴직을 하였다. 덕분에 남편은 가족들을 위해 혼자 일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한다.
힘들면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평소 말버릇처럼 외쳤고,
내게도 그것을 강조했던 그는
지금 무조건 버티고 있다.
밤바다를 구경하고 돌아온 집 앞 주차장에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남편에게 고마워 괜스레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아이들에게 들킬까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는 마치 남편의 눈물방울, 땀방울 같은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다.
제주의 밤은 내겐 그런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