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소꿉놀이하냐?"
집들이 온 선배가 술이 좀 된 발그레한 얼굴로 한 말이다.
15평 오래된 임대아파트 5층을, 전세 보증금 2,000만 원이 없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차린 신혼집이었다.
우리 딴에는 집들이한다고 회사 지인들을 다 불렀는데, 오신 분들은 자리가 좁아 두 겹으로 겹쳐 둘러앉거나
자리를 못 차지한 분들은 집에 아예 들어오시지도 못하고 그냥 되돌아가시기도 했다.
그중 능력 좋게 자리 차지하고 앉아 술까지 드신 한 선배가 우리에게 한 한마디는 바로
소꿉놀이하냐 였다.
그때는 웃음으로 답했지만, 결혼 1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너희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니"였던 것 같다.
집, 돈. 뭐가 그래 중요해!! 그냥 살다 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야?
20대 철부지였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40대 여전히 철부지인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입에 풀칠은 하겠지.
그래도 어찌저찌 살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하니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남편은,
"남자는 말이야, 절대 그렇지 않아."하는 소리나 한다.
하긴.
나도, 내 딸은 나처럼 돈 없는 남자 만나 궁상맞게 살지 않았음 하긴 하지.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여전히 똑같다. 집이며 돈이며 뭐 그리 대수야. 굶어 죽지 않을 정도면 되는 거야.
하지만 남편은 뭐가 그리 미안한지 하루하루 너무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워. 내 남편아.
참 .
참고로 저는 놀고먹는 사람 아니고
애 셋 낳고
회사생활 16년차 맞벌이 입니다.......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