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없는 작은 눈,
뱀눈 같이 점을 찍은 듯 작은 눈동자,
살짝 올라간 눈꼬리,
작은 코,
없는 것 같은 얇은 입술,
웃을 때 번쩍이는 금니,
살짝 나온 코털,
반곱슬에 2:8로 넘긴 머리,
비쎡 마르고 앙상한 팔,
그는 언제나 하얗다 못해 형광색처럼 보이는 셔츠를 입었다.
부장과 동기이지만 아직 팀장이었던 그는 항상 집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 숙직실에서 지냈다.
그가 왜 집에 들어가지 않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것은 그의 특기이자 취미인 듯했다.
회사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뒤돌아보니 그였다.
그 뱀눈으로 능글맞게 웃으며 내 뒷모습을 눈으로 핥고 있었고,
내게 들켰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금니를 번쩍이며 미소 짓는다.
"가던 길 가."
그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그의 애인은 그의 자존심인 듯했다.
"여자는 사랑받는 방법을 알아야 해. 난 이 여자를 존경해."
상대 여성이 기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팀장은 확실한 기혼이 맞다.
컴퓨터 바탕화면은 평상시에는 애인으로 되어있다가 가족들의 방문 전에는 잠깐 가족들로 바꿔놓는 것을 봤으니까.
그럼에도 회사에 자신의 애인을 초대하기도 했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애인을 자랑하기도 했다.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그와 당직이 걸리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저녁으로 짜장면을 시키고는 어김없이 숨겨 들여온 소주..
검정 봉지에 몰래 갖고 와서는 CCTV에 찍히지 않게 책상 밑에 숨겨 종이컵에 옮긴다.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그 팀장은 원래 당직 때 소주 한 병씩 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문제 삼지 못했다.
나비효과로 어떤 결과가 올 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그곳에서 퇴사를 하였는지,
퇴직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보통 전래동화처럼 권선징악이 이루어졌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