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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03. 2020

<나>를 <나>라고 하지 못하고.

본인 확인의 늪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명의를 도용하는 각종 범죄가 증가하여 본인 확인이 점점 중요해졌다.

그로 인해 휴대폰으로 본인 확인, 마이핀 발급 등등 본인 확인 수단은 점점 복잡해져 왔다.


나는 20여 년째 아버지 명의의 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장애인 할인을 받으시기 때문에 그 혜택을 내게 주시기 위해 당시 고등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데리고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첫 휴대폰을개통해주셨고 나는 감사하게도 그 혜택을 20여 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때당시 미래에 본인확인을 휴대폰으로 도록 되어

내가 그 본인 확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 될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아버지 명의 휴대폰이기에 마이핀이 아니면 <나> 임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마이핀을 발급받으려다가 노트북을 부술뻔했다.

마이핀 발급도 휴대폰으로 본인 확인을 하거나 6대 범용 공인인증서를 받아야 한단다.

은행 발급 공인인증서에서 언제 6대 범용 공인증서로 바뀐 건지...

6대 범용 공인인증서를 검색해보니 수수료를 내란다.

게다가 마이핀은 일 년에 한 번씩 본인임을 확인시켜주는 갱신작업이 필요하다.  

마이핀으로 검색하다 보니 어떤 네티즌은

"총알이 세 개 있다면 마이핀 개발자에게 모두 쏘겠다."

하더라.

(사실 그 말에 완전히 공감했다.)


각종 홈페이지 가입할 때도 본인임을 확인시켜야 했고

그때마다 나는 헐크처럼 노트북에 화풀이를 해댔다.

"혜택 받고 있으니 그냥 감수해."라는 남편의 말은 나를 업그레이드 헐크로 만들었다.   


그래.  그래서 그동안은 본인 확인에 그냥 인내해왔다.


근데 결국 엊그제 일이 터졌다.

아버지 명의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왔는데 그 명의!! 블로그 계정 명의!! 가 변경이 안된단다.  그동안 올린 게시글들이 다 헛짓이 되었다.  

"초반에 알아서 다행이네. 다시 새 계정 시작해."라는 남편 말에 하루 지나 진정이 되어 새 계정 다시 시작.

같은 게시물을 올리는 작업.. 열심히 했다.

기존 블로그와 제목도 같고 내용도 당연히 같지.

그 블로거, 이 블로거 동일인이니까.  

근데 기껏 올렸더니 유사한 게시물이라고 검색이 안되네....

고객센터 전화했더니 블로그팀은 상담원 연결 없으니 온라인으로만 문의하란다.

훅 훅 훅 (심호흡)


진정하고..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다 내 잘못이라 치자.  

그런데 마이핀 개발자에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마이핀이란 말인가.  

이렇게 하여 범죄가 줄었단 말인가.  

마이핀 개발자는  처음 이 마이핀을 어떤 식으로 상용화시켰고 이 개발로 인해 어떤 수혜를 받았는가 알고 싶다.  


그리고.. 블로그 글 게시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문제 발생 시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바꾸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관공서 본인 확인보다도 더 까다로운 곳이 네이버라는 것을 알았다.
이유도 설명도 없다.
가족관계서고 뭐고 본인이 아니면 무조건 안된단다.


마음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제일 빠른 방법이다.....라지만 납득이 쉽지 않다. 납득이!!!!

 내 명의 폰 개통하러 간다.

(근데 내가 내 명 폰 갖고 있으면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데 한치의 오차 없이 확실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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