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와 한 걸음씩 걷기

by 하루민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고, 능력 있고,

나만한 여자 없고, 나만한 아내 없고, 나만한 엄마 없다고 자신만만하던

나는 그 아이로 인해 무너졌다.


나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던 나의 생각을 처참하게 깨부수고

나를 밑바닥으로 몰아넣은 뒤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 아이는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나를 울게 만든다. 나를 웃게 만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면서

똑똑한 큰 딸, 예쁜 둘째 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

세명의 아이를 키우던 나는 자신감에 넘쳤다.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로 철저히 아이들을 가르쳤고

직업의 자신감과 완벽한 아이들의 엄마로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첫째와 10년의 터울, 셋째와는 6년의 터울로 넷째를 가졌다.

이 아이도 나의 어깨를 치솟게 할 거라는 자만이 있었다.

모차르트를 듣고, 뜨개질을 하고, 매일 책을 읽으며 치열하게 태교를 하며 아이를 만났다.


세 아이들보다 더 잘생겼다.

'그럼 그렇지!'

아이는 커갈수록 더 귀엽고, 천재 같았다.



서서히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이가 조금씩 달리 보였다.

어릴 때는 먹고 자기만 하던 순둥이 같던 아이가 어느 순간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을 쓰고 울었고 그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매일 좌절과 고통의 육아를 경험했다.

절망스러웠다.


"자기야, 초롱이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것 같아.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어려서 그런 거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선생님의 눈으로도

세 아이를 키운 엄마의 눈으로도

초롱이는 달랐다.


늘 자신감 있고, 당당하던 엄마는 조금씩 위축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