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어린이날을 포함한 긴 연휴가 있었다.
연휴 끝에 등교한 아이들은 모처럼 정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이들의 하루를 추측해 보자면
토요일에도 항상 학원을 가거나 특강, 체험활동 등으로 바쁘게 보내다 보니
그들이 '진짜 시간부자'가 되어 보는 건 모든 기관이 쉬어버리는 이런 연휴때 뿐 아닐까?
내가 어린이였을 때는 추석에 할머니댁에 가면
추석 전날에는 전 부치거나 음식 하는 데 기웃거리며 잔심부름을 하는 게 재미있었고
추석 당일부터 남은 연휴는 내내
하~~~~ 루 종일 TV를 보다가, 보다가, 보다가 지겨워서 마당에 나가서 놀다가 다시 TV를 보았던 것 비슷하게 말이다.
늘어지게 뒹굴거렸던 그 추억.
마침 국어시간에 '경험 글쓰기'가 있어 우리는 <지난 연휴>를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나는 늘어지는 뒹굴거림의 이야기나 재밌는 사건을 기대했었나 보다.
작가님들의 글들은 하나 같이 조금 싱거웠다.
"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여기도 갔고, 저기도 갔고, 이것도 먹었고, 저것도 먹었고 재미있었다. "는 이야기들.
작가님들 이번 글을 쓰는데 혹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여기저기에서 손을 든다.
"짬뽕이 되는 게 어려웠습니다."
짬뽕이요? 짬뽕이 되고 싶다고요? ㅎㅎㅎ
"마인드 맵을 그리고 글을 썼는데도 쓰려고 하니 머릿속에서 다 짬뽕이 되어서 글을 잘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아하. 그 짬~뽕!
내용이 다 뒤섞여서 글이 횡설수설하게 되었다는 말이구나.
혹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작가님 있으실까요?
아하, 많이 있네요.
글을 쓰려는 순간 짬뽕이 된다니...
그럼 "나는 전에는 짬뽕이 되었었는데 이제는 짬뽕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 봤다. " 하는 작가님이 있으면 조언을 해주면 좋겠어요.
부산공 작가님이 손을 번쩍 든다.
" 마인드 맵을 썼으면 이제 다른 거 더 쓸 생각하지 말고 마인드 맵만 생각하면서 쓰면 됩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도 글을 쓰다 보면 욕심이 나서 이 얘기 저 얘기 쓰게 될 때가 많아요.
마인드 맵을 먼저 하고서 보면서 써도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짬뽕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 반은 3월부터 주제를 주고 초고를 쓴 다음 주말 동안 퇴고를 해 오는 숙제가 있다.
그런데 아직 퇴고의 방법을 촘촘히 가르친 것은 아니고 일단 작가님들이 어떻게 고치는지 살펴보았다.
거의 초고를 그대로 옮기는 작가님들과 아예 초고와 완전히 다른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꽤 많은 상태이다.
짬뽕이 문제라니.
이것은 퇴고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초고 이전의 개요 쓰기 단계에 걸쳐있는 어려움 같다.
문득, 작년에도 글 쓰기의 과정을 족집게 강의식으로 가르쳐보았으나 결과적으로 어린이들의 글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던 기억이 났다.
글쓰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일단 ,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럼 독자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글은
짬뽕이랑 반대로,
어떤 요리에 비유하면 좋을까요?
역시 음식 이야기는 문제를 조금 더 쉽게 느끼게 해 주나 보다.
우르르 손을 든다.
( 2편은 다음 주에 이어가겠습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