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2)

짬뽕、 김 빠진 콜라、 불어 터진 라면들

by 그냥출판사

5월이 지나 1학기의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슬슬 흥분한 돌고래들처럼 쉬는 시간에 소리를 지른다。

원주민들 성인식처럼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빠르기로 춤을 추듯 웅성웅성 움직인다。

교실에서 뛰면 안 되는 건 알기에 최선을 다해 걷듯이 뛴다。 그래서 춤추는 것 같기도 하다。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뒹굴뒹굴 부둥켜안고、 손을 맞잡고、 다 같이 눕기도 하고 구석에서 뭔가 속닥이기도 한다。


허락된 단 10분을 정말 최선을 다해 즐긴다。


안전을 생각하면 브레이크 걸 순간들이 많지만 최대한 흐린 눈으로 봐준다。

대신 수업 시간에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어떻게 저런 시간을 12년 통과해 왔는지 참 신통하다。

그래도 안쓰럽다고 수업시간에도 편하게 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하자。


친구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온통 긴장했던 3월의 어색함은 싸악 사라지고

지금은 “선생님 OO이가 때려요。”、 “눼~눼~” 、“어쩌라고~”도 종종 들려오는

아주 친밀한 학급이 되었다。

그렇지。 이제야 애들이 사는 반 같군。


진지한 표정으로 쉬는 시간마다 나에게 찾아오는 책여우 작가님은 오늘도

“선생님、 방울토마토 화분에 곰팡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전학 온 친구의 신발장 자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열심히 우리 반을 돌봐주었지만

녀석의 얼굴에도 학기 초에 비하면 장난기와 여유가 제법 생겼다。

가끔 수업시간에 손장난을 하다가 지적받는 지금의 아이가

나는 오히려 더 마음이 놓인다。전에는 너무 애를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실수할까봐、 학급에 무언가가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은 좀 지나치니까。

늘 중간이 어려운 것 같다。어떤 아이들은 지나치게 자유롭고 어떤 아이들은 지나치게 완벽하려 한다。

중간 어디쯤의 아이들은 좀 엉망이었다가 제대로였다가 하면서 그냥 자연스럽다。


너무 친절하게 다 받아주면 오히려 아이의 지나친 봉사정신이 강화될까 봐

나는 적당히 수긍해 주고는

“가서 친구들과 놀아。 친구들에게 직접 얘기해 줘。”라고 권한다。

뭐든 지나친 것보다는 편안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장난이 지나쳐서 괴롭힘이 되지 않는지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관찰하며

혹시라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선을 유지하려고

아이들과 밀당을 거듭하는 내가 이 교실에서 유일하게 긴장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방심하면 낭떠러지 같은 그런 긴장감이 좀 있다。


요즘은 나의 국민학교 시절의 딱 절반 정도의 학급인원이지만

교실 안의 여러 일들이 예민한 문젯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긴장하고 지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나 또한 만만치 않게 예민한 편이라 그럭저럭 해나가지만 쉽지 않다。

조금만 느슨해지면 좋겠다。


쉬운 일이 있겠나。

그래도 아이들의 말들、 글들이 힘을 준다。


지난번 짬뽕이야기에 이어 우리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음식에 비유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생각이 섞여서 뒤죽박죽인 상태의 글_짬뽕


중심 생각이 쏙 빠진 싱거운 글_팥 빠진 붕어빵


처음엔 잔뜩 재밌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쓰다가 뒤에는 시시해지는 글_김 빠진 콜라


대충 써서 읽을 맛이 나지 않는 지루한 글_불어 터진 라면


맞춤법과 띄어쓰기 같은 형식이 엉망인 글_ 민초치킨


너무 오래 고민하거나 많이 고치면서 내용이 엉뚱하게 흘러간 글_탄 고기


성의 없게 대충 쓴 글_대충 싸서 옆구리 터진 김밥


과한 표현이나 웃기려고만 해서 엉뚱하기만 한 글_심하게 매워서 배 아픈 떡볶이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써서 이해하기 힘든 글_냉동피자



짝수다로 아이들이 생각해 낸 비유와 내가 추가한 것들이다。

글쓰기 지도할 때 말로 푸는 것보다 시각화해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냥출판사는 아이들이 조금 더 만만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돕고 싶다。

체력도 에너지도 조금씩 아껴써야 하는 때라 매주 연재는 못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 곁에서 나는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웃기며 잘 지내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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