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식물 투표
5학년 실과에 동식물 가꾸기가 나온다.
우리 반에서 기르는 동물은 <달팽이>로 결정되었고 이번엔 식물을 정할 차례.
바질, 봉선화, 방울토마토 중 무엇으로 하고 싶은지 의견을 나누고 투표에 들어갔다.
봉선화를 키워서 손톱 물들이기를 해보면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바질과 방울토마토 둘의 승부였다.
바질이 뭐예요? 먹는 거예요? 물어보더니 결국 방울토마토가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왜 방울토마토가 이겼을까? 나중에 관찰일지를 보니 '먹고싶어서'란다.
부산공 작가님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
자신이 이미 방울토마토를 여러 번 길러봤다며 바질로 바꿔달라고 했다.
하지만 함께 정한 것을 맘대로 혼자 바꿀 수는 없지......
마음 같아서는 각자 마음대로 모두 다르게 키워보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우리에게 할 일이 많다.
교사는 본의 아니게 매일 아이들에게 'NO'할 일이 많다. 다같이 정한 것은 그냥 따르는게 맞으니까.
그런데 내년에 또 5학년을 하게 되면
내 마음대로 세 가지를 3분의 1씩 주문해서 랜덤으로 나눠 준 다음
아이들이 자기 식물을 관찰하다가 식물의 정체를 알게 하는 것도 좋겠다.
더 열심히 관찰할 것 같고, 더 각별한 경험이 되리라.
(이 글이 기록이 되겠지. 꼭 기억하자 랜덤이다.)
드디어 주문했던 방울토마토 키트가 도착했다. 어린이날 선물 겸 같이 심어 본다.
먼저 자신의 방울토마토 이름을 정하고 화분에 적고 나서 흙을 넣고 씨를 심기로 했다.
방울토마토에 어울리게 대부분 빨강과 초록색으로 꾸미다니 센스쟁이들
밀덕 카피바라님은 요즘 정치뉴스를 많이 보시는지 방울토마토 이름을 민주당과 국민의 힘 대결구도로 지었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작가는 유튜브에서 본 이야기를 늘 한다. 뜻은 모르는 것 같지만 뭔가 멋져보인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맞춤법이 너무 많이 틀려서 난감하지만, 이 어린이는 다독가이며 글도 잘쓰고 발표도 잘하는 우등생임을 보증한다. 맞춤법은.....참 어렵다.
설명서를 읽고 다 같이 그대로 해 본다.
중간에 흙을 화분에 붓고 손으로 살짝 토닥인 다음 구멍 세 개를 파서
딱 3개 들어있는 참깨만 한 씨앗을 넣고 덮으라는데 손이 큰 책 모자 여우님이 그만 씨앗을 떨어뜨리고 말았나 보다.
어쩐지 제일 뒷자리에서 뭔가 순조롭지 않은 느낌과 함께 한숨 소리가 들려서 다가가보니,
참깨같이 생긴 방울토마토 씨앗 찾기!
짝꿍이 두 팔 걷고 같이 해준다.
아이 둘은 한 시간 내내 뒤져서 드디어 씨앗으로 '추정되는' 몇 알을 추려내고는 심었다.
과연 싹이 올라올지 궁금하다.
흙을 쏟은 덕분에 짝꿍의 도움도 받고 돈독해질 기회가 되었구나. 역시 실수 만세!!
작가님이 나중에 이 순간을 뭐라고 쓸지 궁금하다.
오늘은 중간 성적입력을 해야 해서 바쁜 관계로 나머지 방울토마토 화분사진으로 마무리하겠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5학년의 거의 모든 교실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 가꾸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실마다 일어나는 일들은 다 다르다.
100개의 교실에는 100개의 일상이 있다.
그중 우리 반에서는 80%의 귀여움과 10%의 B급 감성 그리고 10% 거친 낙서타입의 디자인으로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했고 친구랑 잃어버린 씨앗을 찾아 헤매보았다.
그렇게 심은 방울토마토는 싹이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하고 그럴 것이다.
그냥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