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by 가면토끼


지치지도 않고 울어대는 알람을 껐어.

조금 더 자고 싶어서 머리까지 이불을 끌어올려도 틈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더라.


물 한잔 마시며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구석구석을 깨웠어.

양치를 하고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잔뜩 부스스한 머리를 감았지.


스킨과 로션으로 대충 피부를 정돈하고 드라이기의 따스한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했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타일로 옷을 챙겨 입고 외투를 걸쳐 밖으로 나왔어.


엘리베이터 안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버린 낯선 향기로 가득해.

야속한 시간은 속절없이 내달리고 도로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겨우 회사에 도착했지.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집어삼키는 회사의 거대한 입김에 숨이 막히더라.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지나치는 이들에게 무의식적인 인사를 반복하며 자리로 갔어.


업무를 시작하고 몇 번의 회의를 거치다 보면 점심시간이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직원들 틈에서 나도 그들과 같은 고민을 하는 척 연기를 하면 시간은 잘 흘러가더라고.


시답잖은 농담에 섞이기도 하고, 커피믹스에 섞이기도 하고, 서류더미에 섞이기도 하다 어느새 꽉 막힌 러시아워의 도심 속에 몸을 맡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돼.

화려한 네온사인 빛을 등지고 가을을 닮은 주황빛 가로등에 기대어 집으로 돌아와.


어제도 오늘도 매일이 내겐 같아.

딱 하나, 너만이 없다는 게 다를 뿐.

그 하나 다른 점을 사무치게 슬퍼하다 보니 초승달도 기울어버렸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