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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Jan 12. 2021

빙어낚시 재미있게 즐기기(feat.나혼자산다)

작가 아내와 회사원 남편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쩌다 낚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걱정이 되었다.


하나도 준비되지 않은 기안84와 박나래의 케미를 보고 남편과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빙어낚시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둘의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이 둘의 케미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줬지만 한편으로는 낚시가 그렇게 만만찮다는 걸 알려준다. 나혼자산다를 보면서 느낀 우리 부부의 낚시 라이프를 돌아봤다.




우리는 매년 겨울이면 한파가 오는지 안 오는지부터 체크했다. 날이 차가워지고 칼바람이 불면 더 좋았다. 왜냐 강가의 물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자기들끼리 엉겨 붙어 자꾸만 거대하고 튼튼한 얼음층을 만들어내니까. 그 위에서 즐기는 얼음낚시는 어떤 걸로 대체할 수 없는, 아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칼바람이 부는 얼음 위 추위를 견디며 얼음 아래 활발히 움직이는 빙어를 잡아 올리는 즐거움이란! 빙어낚시 is 뭔들


출처 - 나혼자산다 방송 378회 캡처본

아기를 안고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나혼자산다 재방송. 남편과 나는 늪에 빠진 사람들처럼 헤어 나올 수 없이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기가 생기면서 가지 못하고 있는 낚시에 대한 갈증을 풀어볼까 하고. 아니 낚시하는 장면만 나오면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낚시멍을 우리는 종종 하고 있다. (그만큼 낚시에 대한 갈증이 엄청나다.) 근데 그것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안84와 박나래가 빙어낚시를 하러 갔다니.


큰 웃음 준 포인트이지만 위험해보이기도 한다ㅠ

좌대에서 붕어를 잡으려 기다리던 기안84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낚시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끌과 아이스오거는 잘 챙겼지만 그들이 빼놓은 건 너무 많았다. 일단 얼음 위에서 텐트를 칠 때 꼭 필요한 것이 빠졌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텐트는 저수지 끝에서 끝으로 칼바람을 타고 춤을 췄다. 그냥 보기엔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지만 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미끄러지듯 텐트를 잡으러 가는 그들을 보며 걱정이 되었던 건 그 저수지의 얼음 두께였다. (나혼자산다 팀이 간 곳은 백학저수지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부교 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균일하게 물이 얼면 참 좋겠지만 얼음이 어떤 곳은 꽝꽝 얼어있고 어떤 곳은 얕게 얼어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서 빠지기라도 한다면? 그 저수지의 수심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찔하다. 웃음은 줬지만 안전제일주의인 나에겐 무척이나 이들이 위험해 보였다. 낚시도 잘 모르는 둘이 갔으니 더더 위험해 보일 수밖에! 얼음낚시를 할 땐 얼음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낚시 카페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출처 - 나혼자산다 378회 캡처본

그리고 걱정했던 것 하나 더 덧붙이자면, 텐트의 펄럭거리는 모습이었다. 사실 낚시용 텐트는 밑이 뚫려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낚시하기 전에 텐트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것. 남편과 나도 얼음낚시를 할 때 꼭 텐트 먼저 펼치고 단단하게 고정시켜서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에도 끄떡없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펄럭이는 텐트 아래 깔아놓은 얇은 매트 위에 누워있는 그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인 건 비단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리라. 큰 웃음은 줬지만 혹시라도 건강이 염려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빙어낚시를 가기 위해서는 첫째도 보온, 둘째도 보온이다. 따뜻하게 하고 가야 최대한 추위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고 빙어낚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두꺼운 점프슈트를 입고 간다. 그 점프슈트 안에는 얇은 옷들을 여러 겹 껴입어서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한다. 양말도 겹겹이 신고 손도 두 겹은 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파에 즐기는 게 빙어낚시다 보니 그렇다. 단단하게 채비를 하고 가야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에 대한 소중함을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기도 하다.


톡, 톡, 톡... 파르르르

톡, 톡, 톡... 파르르르

낚싯대 끝으로 치고 올라오는 빙어의 기특한 입질! 이건 잡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손맛이다. 작은 낚싯대 끝으로 느껴지는 진동, 빙어가 차디찬 물속에서 힘차게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 생각만 해도 기분 좋고 당장이라도 잡으러 가고 싶어 지는 얼음 위 아찔한 빙어낚시! 오랜만에 빙어낚시를 보니 너무 가고 싶어 져서 장비만 꺼냈다가 넣기를 반복했다. 나도 남편도 낚시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있었나 보다. 나혼자산다 빙어낚시로 우리의 마음은 더 활활 불만 지펴놨다.


어쩌면 당분간 갈 수 없는 현실이 속상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큰다면 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한다. 아직은 훨씬 멀었다. 코로나로 집콕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내게 바깥세상은 너무나도 두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어낚시만큼은 꼭 가고 싶었는데. 낚시멍을 때려보며 우리들의 낚시 장비를 점검해보며 아기에게 추억이 되어버린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엄마랑 아빠랑 널 기다리며 낚시를 다녔다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기르게 된 건 낚시 덕분이었다고.

잠깐 동안이나마 남편과 내가 매년 겨울마다 가던 빙어낚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저렇게 하면 위험해서 안돼. 첫째도 둘째도 안전! 기특한 빙어의 입질은 언젠가 꼭 맛보게 해주겠다고.


* 지금은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기도 낚시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우리 부부는 하고 있어요. 즐겁게 경험시켜주고 좌충우돌 가족 낚시일기 쓰는 그날까지~ 저희 부부는 오늘도 현실육아 속에서도 낭만 가득한 낚시 여행을 꿈꿔봅니다. 코로나로 다들 힘든 시기인데, 건강 정말 정말 조심하시고 즐거운 낚시 라이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현재는 낚시꾼 2세가 생겨 낚시는 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낚시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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