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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Apr 07. 2020

낚시하러 다시 갈 수 있을까?

작가 아내와 회사원 남편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쩌다 낚시>

낚시하러 가고 싶은데,
우리... 갈 수 있을까?

바다낚시 하던 그때도 그립네.

낚시를 한동안 멀리했다. 아니, 멀리하려고 한 건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결혼 4년 만에 찾아온 아기천사를 얻게 된 후, 급격하게 시작된 폭풍 입덧 때문이었다. 입덧을 낚시꾼 버전으로 말해보자면, 멀미약을 먹지 않은 상태로 바다낚시를 하러 간 것에 비유 하기 딱 좋다. 속은 너울이 크게 지는 배 위에서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울렁거렸고 알 수 없는 기분 나쁨과 함께 온갖 냄새가 코끝을 진동했다.


'언제쯤이면 이 입덧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렇듯 나의 임신은 입덧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남편은 입덧하느라 매일 토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를 안쓰러워할 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했다. 나 역시도 이 외로운 싸움은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누군가를 원망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하는 미움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항상 함께 하던 낚시를 당장 하러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퍼졌다.


'네가 아들이든, 딸이든 간에... 건강하게만 잘 자라줬으면 좋겠어. 근데, 입덧은 그만... 흑흑'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실천해나가는 방법으로 우리의 낚시는 안성맞춤이었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낚시의 묘미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끊임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쭉 달리다 보면 같은 풍경과 도로 위를 가득 채운 자동차들이 주는 무료함 속에, 중간중간 보이는 휴게소만큼 반가운 것이 없듯이. 우리에게 낚시는 딱 그런 존재 이상이었으니까.


계절이 바뀌기 전, 정말 아쉬웠던 건 얼음낚시. 빙어를 잡을 수 있는 한정적인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이 시즌이었다. 지난번 라면 먹방으로 맛있게 마무리했던 빙어낚시가 뭇내 아쉬워졌다. 꿈에서도 남편과 함께 얼음을 깨고 구멍 아래로 빙어 낚싯대를 내리고 빙어를 낚는 걸 여러 번 꿨다. 매번 눈을 뜨면 아쉬움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낚시를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었지만, 입덧이 컨디션을 좌지우지할 때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했다.


'이런 기분으론 낚시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침울해하는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은 유튜브를 틀어 우리처럼 낚시를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을 여러 개 찾아 즐겨찾기로 해두기 시작했다. 입덧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견디지 못해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때도 내 눈은 커다란 TV 화면 속 유튜브 장면을 좇았다. 2인용 텐트를 치고, 얼음 위에 구멍을 내어 빙어낚시를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남편과 나를 대입해서 보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이 쳐준 텐트 안을 정리하고, 남편은 아내가 정리를 마치면 아이스오거로 얼음에 구멍을 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여 서로 나눠 갖고, 호호 불어 생기는 하얀 입김이 텐트 안을 채웠다. 두 사람을 비추던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흐려졌다가 다시 환해지자, 이번엔 두 사람이 빙어를 낚기 위해 작은 낚싯바늘에 구더기를 끼우고, 구멍 안으로 바늘을 넣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과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꾸준히 해왔던 빙어낚시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그때는 같이 갈 수 있겠지?'

'일단 아기 낳고 몸조리 잘하고 컨디션 좋아지는 거 보고 가보자!'

'갈 수 있을까?... 입덧만으로도 이렇게 매일 왔다 갔다 하는데...'


기운이 바닥을 치던 나를 남편은 꼭 잡아주며, 아기도 같이 할 수 있는 낚시를 하면 된다고 다독였다. 눈물이 났다.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와 매일 나를 괴롭히는 입덧 때문에 유리 멘털이 되어버렸는지, 눈물샘은 고장이 났다. 남편 품에 안겨 울다 남편과 잡았던 빙어, 꺽지, 피라미... 등등 민물고기들을 찍어둔 사진을 들여다봤다. 사진 속 나는 남편과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 물놀이도 즐기고 가족 대항전으로 낚시를 했던 어느 여름날, 남편과 처음 최강 한파 속에 도전해봤던 빙어낚시, 넣으면 나오던 느나모드를 알게 해 줬던 어느 낚시터의 풍경...


우리가 쌓아 올린 추억들이 방울방울 머리 위를 떠다녔다. 24시간 뱃멀미를 하듯 미친 듯이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가라앉았다. 유튜브를 잠시 멈추고, 남편과 함께 썼던 낚시 일기와 브런치 글을 다시 읽어봤다. 글 속에서 나는 남편과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우울해하고 좌절감에 사로잡혀 심연 속에 가라앉아있는 나는 없었다. 힘들어도 도전해보고, 분하지만 끝까지 낚아보려고 인내하던 시간...


잠깐이었지만 입덧이 잦아드는 것에 놀랐고, 남편은 퀭하게 있던 내가 생기가 나서 좋다고 했다. 살이 빠져 푸석푸석해진 피부를 쓸어 넘기고 아무렇게나 헝클어졌던 머리를 반듯하게 다시 묶었다. 낚시하러 갈 때의 나는 남편과 제일 행복한 상태였으니까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한 낚시꾼 임산부가 되자고. 뱃속 아가도 행복한 엄마를 기대할 거라고.


낚시하러 가야겠다. 언제고. 입덧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나면.

가기 좋은 낚시터를 찾아가 남편과 태교여행 겸 낚시여행으로!


* 현재는 낚시를 하러 가지 못하고 있는 낚시꾼 부부입니다. 아기천사의 태명은 '밤쭈'에요. 밤쭈도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서 5개월 차가 되었고, 제 입덧도 많이 가라앉아서 이제 태교여행으로 조심해서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으로 생활 중이지만, 낚시는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요 :) 모두들 코로나 조심하세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고! 아기가 태어나도 꼭 낚시는 계속할 겁니다!!! 파이팅!!!!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현재는 낚시꾼 2세가 생겨 낚시는 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낚시 이야기는 계속 될 예정입니다!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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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bitly.kr/FafWB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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