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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Feb 08. 2021

내가 글을 쓰는 이유(feat. 우수상)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남편이 육아하느라 글 쓰는 것에 늘 목말라하던 나에게 링크 하나를 건넸다. 그 링크는 수기 공모전이었다. 내가? 애 보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그램을 간간이 올리던 나였지만, 수기 공모는 좀 더 신경을 쏟아서 써야 하는 글쓰기가 필요했다. 내게 그럴 시간이 있을까? 또 내가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고민이 짙어졌다. 


뚱하게 대답을 망설이던 나에게 남편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원래 쓰던 것처럼 편하게 자기에게 말하듯이 써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제품을 사용해보고 쓰는 사용기도 좋지만, 내 진짜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던 것처럼 써보라는 이야기였다. 아기용품을 열심히 협찬받으면서 신나게 글쓰기를 해왔지만, 브런치에 쓰는 글은 고민을 거듭해 쓰고 있기 때문에 글 쓰는 시간도, 공력도 오래 걸리고 많이 들어간다.(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매일 힘들어도 아기가 잠든 시간에는 꼬박 일기를 썼으며(손으로도 쓰고, 키보드로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더라도 쭉 읽어왔기에 글쓰기 근육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남편이 보내준 수기 공모전에 글을 써서 바로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수기 공모전의 주제는 나와 남편과 이준이의 상황이랑 잘 맞아서 어느 순간 술술 써지기 시작했고, 흔히 말하는 그분(글 잘 써질 때 찾아오는 상태)이 오셔서 고민 많은 내 머릿속은 깔끔하게 정돈된 신박한 정리 같았다. 막힘없이 써지던 글은 딱 정량을 채웠다.


그렇게 마감 전에 글을 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기가 생겼을 때 입덧을 하면서도 책을 보지 않았다면 매일 아기를 보며 한 줄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뭐뭐 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법으로 생각을 정리해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을 썼고, 책을 틈나는 대로 읽었으며, 아기를 향한 내 마음을 담아낸 한 줄 일기를 백일 내내 쓴 것을 보며 내 글쓰기 근육은 단단해졌구나 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나니 육아하면서도 놓지 않는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 졌다.


남편 덕분에 나와 남편, 아기까지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점점 안개가 걷히듯 말끔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 글이 완성도가 높다면 더 좋겠지만 때론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뭔가 썼던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끊임없이 뭔가를 창작해내는 활동은 내가 여전히 여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인 것 같아서. 글쓰기를 통해 아기 엄마가 된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가를 잃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라는 것도 좋지만 '나는 나'로서의 존재감을 잃지 않아야 기나긴 육아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우수상 수상 축하 문자, 받고 나서 기뻤다.

공모전 마감일에 임박해서 냈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우수상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잘 쓸 수 있을까에서 잘 써야 한다로, 그러다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에 맞게 써보자로 바뀌고 나니 오히려 더 안개가 걷힌 듯 써졌던 글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부담을 가득 안고 쓰는 글은 오히려 더 써지지 않고 문맥에 맞게 써지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나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 갈 때 의외의 결과가 오기도 하는 법이다.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기고했던 것도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하는 한줄일기, 꼭 간직해두고 싶은 책 구절을 정리하는 필사일기,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일상기록,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하는 취미를 기록하는 낚시에세이까지. 앞으로도 더 쭉 잘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쭉 써내려가고 싶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나의 이야기를.


밤톨군, 김작가, 밤쭈 세 사람의 이야기 :)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현재는 낚시꾼 2세 밤쭈가 생겨서 낚시는 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낚시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쭈우우욱~!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bitly.kr/FafWB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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