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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Jan 22. 2020

글이 안 써질 때, 글럼프/글태기 극복방법!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버거워진다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글럼프 / 글태기(글 안 써질 때)
그냥 두지 말고 극복해보자!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가 오는 시기가 있다. 매일 글을 쓰지만 글럼프가 올 땐 고민이 더 많아진다. 왜 안 써질까 생각이 들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단전에서부터 고구마 백개는 먹은 것 같은 찜찜하고 묵직한 감정이 올라온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지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가 돼버려서, 처음 글을 쓰고자 했던 본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글을 매일 쓰는데 슬럼프가 올 턱이 있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하게 '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글을 쓰다가 어떤 결과를 기대했을 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나는 '글럼프' 상태에 들어간다. 글럼프가 오기 시작하면 우선적으로 글을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지고, 마우스 커서만 껌뻑 껌뻑 거리는 '멍'상태에 빠져든다. 깜빡깜빡. 깜빡깜빡. 얄궂은 깜빡거림은 내가 다음 글자를 쓰지 않는 이상 무한대로 반복된다.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써지지도 않는 글을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결국엔 '딴짓'으로 귀결된다. 모니터를 보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검색어들을 보며 누구누구는 어쨌고, 어디엔 불이 났고, 또 올해는 미세먼지가 최악이라는 날씨 예보들만 눈에 들어온다.


써야 할 것들은 투성이인데,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쯤 컴퓨터를 끈다. 글럼프 상태에서는 누군가의 연락도 SNS도, 모두 다 귀찮아진다. 그냥 글을 읽는 것 자체도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일이 되어 모든 것을 다 차단하는 로그아웃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로그아웃 상태에서 가만히 있다 보니, 역시 글럼프는 글로 극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럼프' 극복방법은 뭐가 없을까? 궁금했다. 일단 글럼프 극복방법들을 찾아본 결과,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정리해 나만의 글럼프 극복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모든 글을 치밀한 구성으로 완벽하게 쓰려하지 말자. 엉성하게 쓰더라도 내 말투가 녹아나도록 그냥 써보자.


구성작가 일을 오래 해왔으니, 이건 습관처럼 내게 남아있는 직업병이었다.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어떤 글이든 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내려놓기로 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늘 아래 완벽한 문장도 없다. 수없이 다듬고 수정하며, 자신의 문체에 맞는 톤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완벽하게 쓰려고 하다 보면 부담이 생기고, 그 부담감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게 된다.


수정할 것을 예상하고 그냥 닥치는 대로 들리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 좋다. 그게 쉽다면 글럼프를 모두 극복했겠지만. 그냥 시도해보는 거다. 앞뒤 문맥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단은 그냥 머릿속에 그려진 것들을 옮기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슬럼프 극복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큰 그림을 그리고 안의 내용을 채우는 것 말고 한 장면을 진득하니 자세하게 써보자.


5분짜리, 10분짜리, 30분짜리, 1시간짜리 방송 분량을 점점 늘려가며 글을 써왔다. 짧은 30초짜리 광고 영상부터 3분짜리 CF 영상, 각종 지자체 홍보영상 등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제작해왔지만, 보통 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것들을 채우느라 작은 것을 세심하게 써보는 연습은 못해본 것 같다. 묘사 능력치를 높이고 싶다면 '한 장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세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긴 글을 썼던 사람은 짧은 글을 써보고 짧은 글을 썼던 사람은 길게 늘여보자.


소설과 시를 모두 들었던 대학교 신입생 시절, 긴 글과 짧은 글을 한꺼번에 습득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썼던 소설과 시는 오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짧은 글만 쓰던 사람에게 글럼프가 왔다면 압축하는 글 대신 길게 늘어뜨려 보고, 긴 글만 쓰던 사람은 짧게 글을 마무리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서로 다른 데서 오는 이질감은 글을 쓸 때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 한다.


네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자신이 가장 글쓰기 편한 공간을 선정해보자.


보통은 집 서재 방에서 글을 계속 쓰지만, 한 곳에서 계속 쓰다 보니 '멍'상태가 오는 경우가 많다. 백색소음이 있는 오픈형 카페나, 조용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스터디룸도 좋고, 동네서점의 한구석 자리에 앉아보거나, 나 스스로가 편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앉아보는 것도 좋다.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좋은 긴장감은 글 쓰기에 적합한 활력소가 된다. 집에서 2시간은 걸려야 써지는 글이 카페나 스터디룸에서는 30분 이하로 당겨서 써지니, 나에겐 이것도 맞는 방법이었다.


다섯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가끔은 글이 아닌 영상이나 사진, 영화만 보며 시간을 보내보자.


글럼프 상태가 되면 글을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시기도 있다. 쓰는 것이 버겁고, 깜빡거리는 커서를 보며 더욱 부담스러워진다. 신물이 나서 침을 삼킬 때 쓴맛이 입안을 감돈다면,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태라는 것이니 그럴 땐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있는 것도 추천한다.


여섯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지금 써지지 않은 부분에 얽매이지 말자.


시험 문제를 풀 때도 바로 해결되지 않는 건 다음 문제로 넘어가면 어느샌가 풀리지 않던 그 문제의 문제가 풀리곤 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당장 써지지 않는다면 그다음 장면부터, 바로 생각나는 장면부터, 또는 쓰고 싶은 부분부터 하나씩 시작해보면 글이 조금씩 길이 보이게 된다.


일곱 번째, 글럼프 극복방법!

-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어 머리를 리프레쉬해보자.


나의 경우는 동명이인의 작가 책을 읽고, 글럼프를 극복한 적이 좀 많은 편이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어느 한 구절에 꽂혀 쓰게 되곤 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뭔가 부담이 될 때면, 그녀의 책을 펼쳐 가만히 읽고 있다.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좋아하는 책을 선정해 쭉 읽어보자.


※ 지금까지 글럼프/글태기 극복을 위해 제시해본 방법은 나의 경우에 잘 맞았던 것들이니 참고만 하자! 극복법은 다 다를 수 있으니까 :)




글 쓰는 것이 일이 되고 업이 되면, 가끔 글 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 사람들이 읽었을 때 납득할만한 글로 바꾸기 위한 수정 또한 거쳐야 하고, 잘 읽혀야 하고, 공감을 주는 내용이 많아야 하기에 하나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험난한 시간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붓게 된. 그렇게 지내다 보면, 글 쓰는 것 하나에 힘이 부칠 때가 있다.


몸을 키우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덤벨을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없기에 근육을 키워 점차 늘려나가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계속해서 쓰고 싶다면 글쓰기 근육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포기'와 '방관'하지 않고 '꾸준함'을 잃지 않는 자신만의 극복 루틴을 만들어두는 것. 꾸준하게 동요되지 않고 강약 조절을 하면서 글을 가까이하면 어느새 글럼프/글태기는 조금씩 사라져 있을 것이다.


이 글태기/글럼프 극복 루틴을 찾아가는 것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담감은 내려놓고 나의 길을 점검해보고, 천천히 쭉 써보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자는 다짐 같은 것이니까.


어쨌거나, 글태기/글럼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극복루틴을 갖고 건필할 수 있기를! 모두 건필건승하길 응원합니다 :) 자신만글럼프/글태기 극복방법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댓글, 메일 등으로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며 승부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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