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며, 언니는 놀이터에 흙장난을 하며 씩씩하게 걸어오는 쌍둥이들을 데리러 갈 때마다 난색을 표하곤 했다. 이거 봐, 누가 그때 그 꼬맹이라고 생각하겠어. 아무도 모르는 거더라, 인생이라는 게. 내가 배 아파 낳은 아이들이지만 천방지축이야, 정말! 쌍둥이를 같이 데리러 갈 때마다 언니의 난감한 표정과 쌍둥이 조카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웃고 있던 내게 언니가 손을 잡더니,
언니의 말에 가슴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던 뭉텅이들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언니의 손은 따뜻했고, 다른 한 손 끝에 닿은 언니의 배에서는 세 번째 조카의 태동이 느껴졌다. '이모도 언젠가는 너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아가를 만날 수 있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힘찬 발차기가 느껴졌다. 왠지 언니 뱃속에 있는 조카가 '이모 걱정 말아요! 힘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언니는 자연임신이 힘든 몸이었지만, 아이를 갖는 기적을 몸소 느끼고 있다. 난 아직 삼십 대 중반이고 아이를 가질 생각은 있지만,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생긴다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두렵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함이 더 커진다. 누군가를 낳고, 키우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남편과 내 인생을 지켜나가기에도 버거운 삶 속에서 과연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가당 키나 할까.
남편과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한다. 우리의 사랑을 꼭 아이로 귀결시켜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는 서로 같은 대답을 한다. 사랑의 결과가 아이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집착은 또 다른 집착을 낳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채워 가보자고.
집착이 아닌,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충만한 남편과 나 사이에 생겨나길.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서 맞이해주자고.
부디, 나의 집착으로 인해 오로지 '임신'이 삶의 마지막 목표가 되지 않기를.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주부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며 사랑을 확인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