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일해본 건 4년 남짓. 그 이전에는 쭉 방송일을 하고 지냈기에 프리랜서로 일한 경력이 정규직으로 일한 경력보다 더 길다. 어쨌든, 회사를 다니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회사를 다니게 만드는 3가지 요소에 대한 것이었다.
회사를 버티게 만드는 3가지 요소 : 사람 / 돈 / 일
물론 이 3가지가 아닌 경우도 더러 있고, 이건 지극히 내 경험에 비춰본 것을 토대로 한 기준이니 참고만 하시길!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의지를 하고 오래 다닐 수 있게 했던 건 '사람'이었다. 방송을 할 때는 물론 '사람'도 좋았지만 '일'적인 면에서도 가치 있는 무언가를 사람들의 가슴에 팍! 꽂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기에 10년 가까이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했던 방송을 그만두게 된 건, 결혼과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컸기 때문에. 뭐, 방송을 나왔다고 해서 슬프거나 다시 가고 싶거나 하는 미련은 생각보다 없다. 다만, 방송하는 옛 동료들의 근황을 들을 때면 여전히 그대로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클 뿐이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5년 남짓한 회사 생활에서 얻은 사실은 회사를 버티게 하는 3가지 요소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거의 대부분 결론은 '퇴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비전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순위는 '일'이 될 것이고, '일'을 위한 여러 노력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 얻는 엄청난 자부심과 해냈다는 만족감은 회사를 다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일'에는 성공했지만 따라오는 보상이 없다면, 허무하게 될 것이고 그 이후의 행보는 공허에 가까워지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일'은 '성공', '승진', '성과'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능력'을 보여주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일'로 성공한 사람이 있는데, 너무나 외롭다고 했다. '일'에 따르는 '돈'도 있어서 행복하지 않느냐는 말에 고개를 휘저으며 '사람'이 없잖아,라고 씁쓸하게 웃었으니까.
자, 그렇다면 '돈'을 쫓아 회사를 다니는 경우는 어떨까.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서 남들과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부를 누리며 고급 차를 타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는 삶을 상상해보자. 그러나 우리 곁엔 생각보다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돈'을 주는 회사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꽤나 많다. '돈'은 '일'의 대가이기 때문에, 세상 이치가 그렇듯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무언의 법칙이라는 게 존재한다. '돈'을 많이 받는 부장님과 가끔 연락을 하곤 하는데, 얼마 전 갑자기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 길로 퇴사를 했다고 한다.
'돈'을 많이 받는다면 그만큼 '일'도 많이 따라오게 된다. '돈'에 합당하는 노동력을 회사에 바쳐야 하고 '일'도 그만큼 많이 가져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건, 어쩌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이치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돈'을 못 버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제일 오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사람'이 우선순위가 되었을 때 최악의 단점은 애정을 쏟은 사람들이 나갔을 경우, 회사는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야말로 공허의 공간이 되어버리고 이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대학교 때 친했던 선배의 권유로 광고 쪽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 그 선배는 회사를 떠났고 나는 홀로 그 회사에 남아 온갖 일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결혼'도 했고, 다시 그 선배가 돌아왔을 땐 내 마음은 떠났고 회사에서도 나오게 되었다. 그 선배가 나갔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회사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일을 했던 내게 광고는 생소한 분야였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았지만 궁금증들을 하나씩 풀어주는 동료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 선배가 나가고도 2년을 더 다녔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회사를 버티게 해주는 3가지 요소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어느 하나만 있으면 버티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만 3가지 요소 중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해보자는 것이다.
'사람'을 우선순위로 두었던 나의 경우는 '돈'을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고,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해보려 노력했다. 그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팀원이 똘똘 뭉쳐서 프로젝트를 밤새 끝내고, 경쟁사와 PT를 한 후 계약을 따오기도 했으며, 그 결과 보너스를 받고 우리 모두는 적어도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일'도 '돈'도, '사람'도 모두 지켜낼 수 있었으니까.
얼마 전, 정말 친한 후배에게 고민 상담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나갔던 자리에서 그 후배에게 이런 말들을 해줬다. 같은 방송일을 하다가 일반 회사에 들어가 사무직을 하던 후배는 안정적인 패턴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나름 조언을 해주게 되었다.
그 후배는 '돈'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싶어 졌다고 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방송 일을 했지만 불안정한 수입에 더는 못 버티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알아보다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사람'을 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자기는 '돈'과 '일'에 조금 더 우선순위를 두고 '사람'을 차차 알아가고 싶다고.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느 하나에 치우치게 되면 그 목적이 사라졌을 때 좌절감과 박탈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 오래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인지. 물론 예로 들었던 '사람', '일', '돈' 외에 다른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을 떠올리면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우선순위가 충족되지 못할 때 우리는 '퇴사'를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일을 '그만두고 싶어 지는'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다르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우리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고 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고, '돈'도 벌면서 '일'도 멋지게 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되, 나만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밀고 나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행복한가'이다.
그 질문에 '행복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으려면 자신만의 힐링 팩터가 필요하다.
그게 나처럼 낚시가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영화감상이 될 수도 있다.
'사람'도 얻고, '일'도 성공하며,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간절하게 누구보다 바라면서
이미 퇴사를 한 사람들에게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갈채박수를,
아직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고 싶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주부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며 사랑을 확인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