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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Jun 14. 2021

9개월 아기랑 낚시놀이하는 법

작가 아내와 회사원 남편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쩌다 낚시>

알다시피 우리는 낚시꾼 부부다. 서로 취미를 찾아 부단히 노력한 결과로 '낚시'라는 공통점을 찾아 정착했다. 우리의 공동 취미인 낚시는 육아로운 일상을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신나게 만드는 활력소가 다시 되었다. 입덧이 심해서 출산하고 몸이 풀리지 않아서 신생아 케어하느라 또 독박 육아와 외벌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시도했다 중단되었지만, 얼마 전부터 다시 조금씩 도전해보기로 했다.


공통된 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육아라는 전쟁을 함께 하는 전우에서 다시금 나와 너, 우리라는 걸 잊지 않게 해 주니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가 안된다. 고로 우리의 낚시는 계속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변수가 된 우리를 쏙 빼닮은 아들은 호기심 왕성하고 움직임이 활발한 9개월 차 아기가 되었다. 아들이 옹알이를 하면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 괜스레 이 아이는 천재일까 하는 착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콩깍지가 씌는 도치맘이긴 하지만 안다. 우리 아들은 천재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적어도 낚시에 대해서 만큼은 자주 접해볼 거라는 것. 무엇보다 낚시에 거부감은 없었으면 한다는 것. 그러니까 기왕이면 가족 취미로 같은 걸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조금씩 아들에게 낚시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중이다.


남편이 출근하는 평일, 아들과의 하루는 아들의 모닝 분유 수유로부터 시작된다. 240ml를 혼자 젖병을 잡고 먹으며 최근에는 앉아서 젖병을 잡고 먹는 거에 맛을 들였는지 눕히더라도 꼭 돌아누워서 앉아 젖병을 잡고 쪽쪽 분유를 힘차게 빨아먹는다. 그러고 나서 나무 퍼즐과 나무 큐브를 한 번씩 갖고 놀면서 1시간가량을 신나게 놀고 내가 펼쳐놓은 책더미 위로 기어와 책 읽고 있는 내 앞에 와서 아무 책이나 탕탕 손으로 친다. 그럼 그 책을 펼쳐주고 아들이 시선을 주면 읽어주고 같이 책을 봐준다.


책에 대한 흥미가 없어졌다 싶을 땐 책을 정리해주고 요즘 내가 생각 중인 큰 그림(가족 취미로 낚시하기)을 위해 낚시 장난감을 꺼내본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낚시 장난감 세트는 현실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장비지만 아들이 조금이라도 낚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에 의성어와 의태어를 섞어가며 물고기 장난감을 늘여놓고 모노드라마를 찍어준다. (이때는 정말이지 현타가 오곤 한다)


안뇽? 난 파랑이야 너와 함께 놀고 싶어 왔단다

안뇽? 난 분홍이야 나는 바다의 여왕이라고 불려

안뇽? 난 초록이야 나는 요리조리 잘 피한단다


엄마의 입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걸 물고기 장난감과 번갈아보며 흥미로워하는 아들. 아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지금 내가 하는 이 놀이가 너의 호기심과 흥미를 조금이나마 올려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아들과 말도 안 되지만 재미있고 웃긴 낚시놀이가 시작된다. 아들이 좀 더 흥미를 갖는 건 물고기 소개 시간과 장난감 낚싯대 바늘 끝에 물고기 세 마리를 모두 낚아줬을 때이다. 꽤나 묵직해진 장난감 낚싯대는 현실의 낚싯대처럼 휘청거리지 않지만 그런 척 연기를 리얼하게(?) 해본다. 아들은 꺄르륵 꺄르륵 엄마의 과장된 연기를 재미있게 느끼는 건지 겨우 4개만 난 이를 드러내며 웃어준다. 그 미소를 보면 어쨌든 아들이 즐거워하고 있구나 느끼면서.


나 역시 이렇게 낚시놀이를 하면서 챔질을 할 때, 물고기를 딱 잡았을 때의 느낌을 되살려보며 실감 나게 해 보려 노력한다. 이럴 땐 내가 연기자인지 엄마인지 뭐 하는 건지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장난감 물고기 입에 낚싯대 바늘 끝을 연결해 드디어 잡았다~ 하면서 울 아들도 한 번 해볼까아? 함께 해볼까아? 이러면서 같이 또 낚시를 해본다. 아들은 한참 고리에 끼우는 걸 관찰하고는 낚싯대를 잡았다가 놓쳤다가 해보고 물고기 한 마리를 왼손에 들고 또 다른 한쪽은 좋아하는 치발기를 잡고 쩝쩝거린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집중하는 건 아들보단 나인 듯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아들이 내가 없는 틈에도 낚싯대를 꺼내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물고기 장난감 세 개와 낚싯대를 여기저기 흩트려놓고는 빙글빙글 굴렀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하나씩 입에 물어보기도 하고 들고 탕탕 치기도 하고 옹알이하면서 한 손에 분홍 물고기를 잡고 한참을 혼자 갖고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주니 기특하기만 하다.


낚시를 알려주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잡았을 때의 성취감도 있지만 잡기까지의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꼭 교훈적으로 다가가려는 건 아니지만 낚시를 하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쭉 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어떤 결과가 오던 무던해지는 힘이 길러지는 것도 있다는 것. 결과와 승패의 여부를 중시했던 내가 남편과의 낚시를 통해 조금씩 과정을 중시하게 되듯 남편이 나와의 경쟁을 통해 좀 더 잘 잡고 싶어 연습하듯. 아들 역시 즐겁게 즐기고 어울리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할까 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랄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들과의 시간을 셋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낚시가 어떨까 하는 낚시덕후의 마음이 큰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아들이 낚시 장난감을 던져버리고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의 큰 그림은 낚시 에세이를 쭉 대대손손 쓰고 싶다는 거지만... 그건 내 욕심인 것이고 아들과의 소중한 이 순간들을 어떤 걸 하면서 보낼까 생각해보니 '낚시'가 떠올랐고 남편 역시 동의한다는 거다.


아들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겨 우리가 아닌 자신의 커다란 우주를 또 만들어나갈 때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며 살기를, 우리가 낚시에 정착했듯이. 함께 하는 공통분모를 찾아 더 멋진 우주를 만들어나가는 걸 보고 싶은 초보 엄마 아빠의 욕심이겠지만. 그래서 평일의 잠깐, 독박 육아의 루틴 속에서도 아기와 낚시놀이하는 걸 조금씩 해보고 있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들과 함께 보내는 이 순간순간을 기록해보면서.


오동통해진 너의 손✋


미운 네 살의 시기가 오더라도

너와 함께 한 이 빛나는 순간들은

내가 기억할게, 다짐하며.


엄마 아빠랑 좋아하는 낚시 여행,

언젠가 아장아장 걷는 너와 함께 해서

물고기 잡았을 때 꺄꺄 우리를 향해

웃어줄 예쁜 모습을 상상해보며 :)




* 아기랑 낚시놀이하는 법 : 아기 장난감 중 낚시세트 구입 - 아기가 관심을 가지면 하나씩 보여주며 친하게 지내기 - 의성어, 의태어로 물고기 소개해주기 - 낚싯대로 물고기 챔질 하는 거 알려주기 - 아기가 잡으면 신나게 손뼉 쳐주기 - 억지로 알려주지 말고 관심 보이면 무한 칭찬해주기 - 먼저 엄마 아빠가 낚시 좋아하기 :)

= 어디까지나 이건 낚시덕후의 주관적인 놀이법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0 저희 아들은 좋아하네요! 다행히도!!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이제 우리를 꼭 빼닮은 아들과 함께 하는 육아로운 일상도 기록 중!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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