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부부의 취미생활
가끔 이렇게 일탈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직 겨울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이맘때만 즐길 수 있는 빙어낚시
우리는 얼음이 녹기 전까지 계속
우리만의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피라미가 많이 잡히는 마둔지는
작년 초에 처음 방문한 뒤로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오게 되었다
탁 트인 마둔지의 얼음 풍경은
얼음이 얼기 전과 얼음이 언 후의 모습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얼어붙은 마둔지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자리를 펴볼까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낚시는 보는 재미,
나누는 즐거움도 있으니 사람들 틈에
여유 있게 자리를 펴보기로 결정했다
남편의 수고로움은 늘 그렇듯
얼음 구멍 뚫기에서 시작된다
핑크색 낚싯줄에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며 감기는 릴이 더해진
왼손잡이용 낚싯대를 꺼냈다
이제 겨울 낚시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면 되었다
이날 갔을 때는 수심 2-3미터에서
많이 피라미와 빙어가 잡힌다고 해
낚싯줄을 바닥까지 내리지 않고
얼음 구멍 입구 언저리에서
찌를 내려서 잡아보기로 했다
텐트 치기 애매하게 추운 날씨에
미세먼지가 심하던 날이었지만
과감하게 마스크를 쓰고
피라미와 빙어가 미끼를 물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어느새 한 두 마리씩 올라오더니
우리의 즐거운 낚시가 시작됐다
어김없이 첫 시작은 내가 끊었고,
남편은 뒤이어 뒷심을 발휘하며 낚아 올렸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물고기를 낚다 보니 배에서 어느새
배고픈 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아침을 걸렀던
우리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작은 양은냄비를 꺼내 어묵탕을 끓였다
어묵탕이 뚝딱 완성되었다
뜨끈한 국물과 잘 익은 어묵이 만들어내는
맛은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국물은 유난히도 맛있었다
그렇게 뚝딱 배고픔을 달래주니
다시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역시, 낚시는 먹방이지
남편과 격하게 끄덕이면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마둔지에서의
시간들이 자꾸만 흘러갔다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누렁이도
겨울의 따뜻함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았으니까
고요하고 소박한 일상의 조각들이
비로소 이곳에서 하나씩 맞춰지고 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아주 조금 욕심 내어
얼음 구멍을 하나 더 만들었다
보링비트로 쉽게 얼음 구멍은 뚫렸고
생각보다 얇게 얼은 얼음 두께에
아쉬운 마음이 앞서 나갔다
조금만 더 두텁게 얼음이 얼었더라면,
얼음 위에서 즐기는 겨울 시즌
빙어낚시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매우 두텁게 얼어있는 상태)
남편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여유를 더 내어보라고 다독였다
그래, 기다림이 필요하지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고 피라미와
빙어로 통 안이 채워지고 있었다
남편이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존경할만한 일이다
낚시 전동릴도 직접 핑크색으로
제작을 의뢰해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서 낚시를 하면서도 평소에 좋아하는
색을 멀리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고요한 풍경 속에서
여유로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나름대로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었다
낚시가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낚는 즐거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그리고 겨울이라는 특정한 시즌에만
즐길 수 있는 얼음낚시이기에,
놓칠 수 없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가 나누는 시간만큼
통 안에는 피라미들과 빙어로 채워져 갔다
이번에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여전히 덕이는(구더기) 남편의 몫이었고
낚는 것에 좀 더 익숙한 아내였다
바늘에서 빙어와 피라미를 떼어내는 정도의
스킬은 나름 향상 중이니 기특하다고
응원해주는 남편의 칭찬에
어깨는 으쓱, 마음은 더없이 행복했다
추운 겨울 얼음 속을 뚫고 만난
기특한 입질의 친구는
언제 만나도 반갑고 친근했다
우리의 겨울 낚시는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마리 한 마리 낚는 즐거움
얼음 밑에서 찾아낸 한정적인 기쁨으로 인해
올 겨울은 더없이 즐겁고 풍성해졌다
매주 주말마다 새로운 낚시터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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