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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Dec 10. 2019

꺽지낚시 킬링포인트, 꺽지매운탕 드셔보셨나요?

작가 아내 회사원 남편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쩌다 낚시>

민물매운탕 중 손꼽는 극강의 맛!
 작은 야수 꺽지를 낚다      

B : ‘여보, 꺽지 따위라는데?!’

P : ‘!! 꺽지가 얼마나 손맛 좋고 매운탕으로 최곤데!’

P : ‘그러니까~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물고긴데~!’

B : ‘꺽지매운탕 안 먹어봐서 그래! 아니, 잡아본 적 없어서 그래~ 그럼 우리 잡으러 갈까?’

P : ‘!!!! 꺽지 손맛이 얼마나 좋은데!!!’

* B : 회사원 남편 / P : 작가 아내


낚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물고기를 낚던 출연자가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보고 사이즈가 작다며 꺽지 따위라는 말을 흘렸다. 우리는 평소에 꺽지 낚시를 즐겨하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열이 받았다. 토종 어종으로 민물낚시 중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매운탕을 끓일 때 맛있는 물고기로 손꼽히는 꺽지를, 그저 꺽지 따위로 치부하다니! 사실 이 말을 듣고 나와 남편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냥 꺽지 따위가 아니라고!
 

매운탕은 바다 회 한 접시를 뚝딱 하고 나서 얼큰하게 마무리하는 정도라서 잘 먹지 않았는데, 남편과 낚시를 하면서부터 매운탕을 종종 먹기 시작했다. 특히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매운탕은 바닷물고기가 아닌, 민물고기로 만드는 매운탕! 그중에서도 꺽지는 매운탕으로 끓여 먹을 때 정말 맛있는 편이라 좋아한다.


시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꺽지매운탕! 꺽지를 압력솥에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푹 고아서 부들부들해지면, 어머님의 특제 양념이 더해져 매콤 칼칼하면서도 어딘가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오는 정말 맛있는 매운탕이 만들어진다. 어머님은 우리가 낚시하러 다녀오면 으레 압력솥을 준비해 기다리고 계시는데, 남편은 잡아 온 물고기를 바로 손질해 드리고, 나는 옆에서 어머님의 보조가 되어 파도 다듬고 양파껍질을 벗겨낸다.


그러면 어머님은 어느 순간 양념은 슨낫(조금, 적당히란 뜻)~’만 넣으면 된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소스를 조합해 어머님표 특제 양념을 만들어 두시곤 한다. 정말 신기한 건, 무심결에 툭툭 양념을 섞어 둔 것이 꺽지매운탕을 더 맛있게 만든다는 것. 어머님의 비법을 알고 싶어서 여쭤보면 ‘갖은양념’이라고 하시는데, ‘갖은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어떤 비율로 섞이는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내가 어머님의 손맛을 따라가려면... 40... 아니 무리다, 무리.


그래서 난 꺽지를 더 열심히 잡는 데 집중하고, 남편은 그런 나를 응원해주며 같이 꺽지낚시를 하러 다닌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우리가 꺽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더운 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머님표 매운탕이 맛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꺽지인데, ‘꺽지 따위로 치부되는 것이 어쩐지 억울해지니 꺽지 생각이 더 간절하게 떠올랐다.


작가 아내 손바닥보다 큰 꺽지!


꺽지를 향한 우리 부부의 애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꺽지는 빙어낚시 이후 몸이 근질근질거리는 낚시꾼의 몸을 풀어주는 자양강장제이자, 민물낚시의 포문을 열어주는 아주 훌륭한 민물고기가 된다. 작지만 공격성이 강하고 자기 지역을 지키려는 본성이 강해서인지, 꺽지를 잡을 때 오는 강력한 입질은 여름의 훅훅거리는 열기를 잊게 해주곤 한다.(이게 또 꺽지를 낚는 이유이기도 하다.)


꺽지를 민물낚시에서 기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민물낚시를 할 때 제일 접하기 쉬우면서 낚시의 기본 기술인 캐스팅(낚싯바늘 던지는 기술)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꺽지가 서식하는 곳은 바위틈이나 돌 사이이기 때문에 낚싯바늘이 정확하게 포인트에 들어가게 해야 낚을 수 있으니까.
  

여기가 꺽지가 좀 잘 잡힐 것 같은데?’

여기서 해볼까?’

조금 더 들어가서 캐스팅해보면 좋을 것 같아, 할 수 있지?’

! 알았어~ 들어가서 해볼게!’


꺽지를 잘 잡고 싶으면 잘 던지는연습이 필요하다. 낚싯바늘을 원하는 방향에 꽂아 넣을 수 있는 캐스팅실력이 요구된다는 뜻인데, 이건 어떤 일을 하던 마찬가지다.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거니까. 여름이 시작되면서 나는 남편보다 더 잘 던지고 싶은 마음에 캐스팅 연습을 꾸준히 했다. 던지고 또 던지고, A지점을 정해두고 그 지점에 낚싯바늘이 톡- 던져질 때까지 계속 던졌다.


작가 아내 낚싯대 끝에 달린 꺽지!!!! 손맛 참 좋다 :)

B : ‘이젠 정말 잘하는 것 같아! A에 던지자 하면 A에 딱 들어가고, B에 던지면 B에 딱 들어가고~ 내가 더 가르칠 게 없다, 하산하거라

P : ‘무슨 소리야!! 계속 연습해야지! 연습만이 살길이다!’     


남편의 칭찬에 괜스레 멋쩍어져서 손사래를 쳤지만 기분은 좋았다. 톡톡~ 남편이 낚싯바늘을 던질 지점을 알려주면 그 방향대로 던지는 연습의 시간이 지나갔을 무렵! 낚싯바늘 끝에서 툭! 하고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 이거, 꺽지인가? 콱 무는 느낌에 물아래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면 낚싯대를 확 걷어 올려주는 게 포인트! 낚싯바늘을 들어올리면서 느껴지는 묵직함, 꺽지였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지만 작아도 물리는 힘은 여느 물고기 못지않는다. 꺽지의 입질은 피라미나 빙어와는 완전히 다른 묵직하면서도 강력한 맛이 있다. 꺽지 입질이 강력한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을 한방에 콱! 무는 작지만 매서운 성격 때문이다. 남편이 꺽지를 떼어주며 나와 꺽지를 번갈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번갈아 보는 걸까 생각하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P : ‘여보, 내가 꺽지랑 비슷해?’

B : ‘... ?’

P : ‘내 얼굴에 반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가 비슷해!’

B : ‘아니 생김새가 아니라, 건드리면 콱 무는 거...’


이 말과 동시에 남편은 등짝 스매싱을 한 대 맞았고, 나는 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욕구가 남다른 꺽지는 나와 참 많이 닮았다. 내가 가진 것, 내가 다니는 곳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데 비해 낯선 이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점. 아무나 들락날락 나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점을 보면 꺽지도 내 성격과 참 많이 닮았다.(닮았다는 말에 격공하는 남편... 또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남편과 낚시를 하고 있으면 우리는 언제나 정해진 지역이 있는 듯, 따로 또 같이 구역을 나눠서 낚시를 시작하는데 그게 마치 꺽지가 자기 지역을 지키려는 것과 닮았다. 같이 낚시를 즐기지만 같은 방향으로는 하지 않는 우리만의 약속. 같은 곳으로 던지면 낚싯바늘이 꼬이고 결국 동선이 겹쳐지면, 두 사람 모두 낚시를 즐길 수 없다.      

결혼하고 처음 살림을 합쳤을 때, 나는 내 짐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남편은 옷이나 소품 등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간소했고, 짐을 차지하는 비율이 적었다. 남편은 자신의 구역이 내 옷들로 침범당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에 비해 나는 내 물건들을 나열하고 정리하고, 끊임없이 경계를 구분 지어두며 정리했다. 욕심이 없는 남편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결혼하고도 내 것과 남편 것을 구분 짓는 내가 스스로 참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만약 나와 같았다면, 우리는 늘 으르렁거리며 구역 지키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니 욕심 없이 이해해주는 남편에게 감사해졌다.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여보, 미안. 욕심 많은 나라서 까지 생각하고... '꺽지'가 있을 법한 방향으로 낚싯바늘을 툭~ 하고 다시 던졌다.

 

크기에 비해 묵직한 한방이 있는 꺽지, 너 매력적이야!

P : ‘근데... 그러고 보니 나 얘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아.’

B : ‘거봐... 닮았... 아니, 진짜 캐스팅을 잘해서 그런 거야^^’

P : ‘그렇지?^^ 묵직하게 한방! 콱 무는 느낌이 오는 게 참 좋네.’


묵직한 한방의 끝엔 언제나 꺽지가 달려있다. 그래서 난 유독 민물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에 꺽지 낚는 것을 좋아한다. 나랑 닮은 꺽지이기에 어떤 곳에 숨어있는지 머릿속에 그려지니까. 물론 처음부터 꺽지를 잘 잡은 건 아니었다. 어디에 주로 머무는지, 어떻게 낚싯대를 제어해야 하는지 전혀 정보가 없었던 생초짜 시절엔 남편이 잡는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아주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운탕을 끓여먹을 수 있는 정도로만 잡기로 하고, 목표치였던 10마리가 되자 우리는 꺽지를 그만잡기로 했다. 망에 담긴 10마리의 꺽지는 물속에서 생기넘치게 파닥거렸고, 크기가 작은 것들은 자연의 품으로 보내줬다. 물속에서 찰랑거리는 꺽지들을 보니,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운탕을 잘 먹지 않았던 내가 꺽지매운탕을 먹는 건 신기하다며, 남편은 꺽지와 나의 관계를 '운명'이라고 정의내렸다.


시어머님의 비법양념과 남편의 빠른 손놀림, 나의 주방보조 도움까지 합쳐지면 그야말로 완벽한 ‘꺽지 매운탕’! 무더운 여름이 되면 자꾸만 생각나는 꺽지매운탕. 뼈까지 푹 익혀서 끓여낸 얼큰칼칼한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남편과 내가 꺽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내 성격과 닮은 꺽지를...)

 

모든 낚시의 기본은 과하지 않은 욕심에서 시작된다고 배웠다. 과하면 과할수록 낚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줄어들고, 많이 잡히지 않으면 낚시가 아니라고 여기게 되며, 이런 것들은 결국 낚시를 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우린 늘 딱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엔 그만둔다. 꺽지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 회사원 남편이 알려주는 꺽지낚시 노하우

- 꺽지를 잡을 때 진짜 미끼를 끼우지 않고 가짜 미끼(루어)를 이용해 잡게 되는데, 그래서 루어낚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꺽지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욕구가 아주 강한 편이기 때문에, 먹이를 먹으려고 다가온다기 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루어를 공격하기 위해 콱 문다고 보면 된다. 고로~ 루어는 물에서도 잘 보이도록 밝은 색상으로 사용한다.(이건 우리의 기준이니 참고만 하자.) 그래야 꺽지가 쉽게 인식하고 다가올 수 있게 된다!


- 꺽지는 바위 틈이나 숨을 수 있는 곳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캐스팅이 정확할 수록 잘 잡을 수 있다. 캐스팅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켜 원하는 지점에 낚시바늘을 던지도록 해야한다. 고로 던지는 원하는 위치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잘 던지는 연습을 하자!


- 아내랑 할 때는 '따로 또 같이' 낚시를 해주는 것이 포인트. 같은 방향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야 줄이 꼬이지 않으며,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할 수 있다. 작가 아내랑 낚시를 할 때는 폭풍칭찬과 적절한 농담이 필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같이 낚시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최근엔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중이다. (P는 김작가 / B는 밤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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