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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Dec 16. 2019

부부의 취미가 같으면 생기는 흔한 일

작가 아내 회사원 남편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쩌다 낚시>

부부의 취미가 같을 때
생기는 흔한 일!


남편과 같은 취미를 갖고 있으면 좋은 점은 생각보다 많다. 우선, 평소에 남편으로서 해야 하는 일들과 아내로서 해야 하는 일들, 일상에서 확실하게 나눠진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빨래, 설거지, 청소 등과 같은 기본적인 집안일들로부터 말이다. 


남편이 빨래를 널고 있으면 내가 개는 일을 한다던지, 남편이 음식을 하면 내가 설거지를 한다든지, 남편이 청소기를 돌리면 난 뒤따라 물청소를 한다던지 하는 것들. 이런 일들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서로의 교감 없이 습관처럼 굳어져있다.


그런 우리가 취미를 같이 하고 있으니 남편은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을 알고 있다. 나 또한 남편이 가질 법한 고민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취미는 ‘낚시’인데, 난 주로 왜 낚지 못하는 가에 대해서 고민할 때가 많다. 더운 여름의 어느 날, 남편과 함께 간 물가에서 나는 입질도 제대로 못 느끼고 있어 안달이 나있었다. 남편은 드문드문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어떻게 해야 잘 잡을 수 있을까?’

그러면 남편은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곤 한다. 아주, 명쾌하고 명료하게. 군더더기 없이. 


‘많이 잡히는 곳을 다시 알아보면 돼’

‘아!’


내가 당장의 고민해결을 위해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남편은 숲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이다. 남편과 취미를 같이 하지 않았더라면, 서로 어떤 걸 좋아하는 것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취미가 같으니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소위 말하는 '티키타카'가 우리 부부 사이에도 일어날 때가 많으니까. 


(목을 만지다가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가만히 보고 있다가 물통 내미는 남편)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척이지!'

'오올~'

(낚싯대를 들었다 놨다 손을 만지작만지작)

(가만히 보고 있다가 낚싯대에 손을 뻗는다)

'줄 꼬인 거 알고 있었어?'

'낚싯대 들어 올릴 때 보니까 좀 달라 보여서'

'오올~~~~ 좀 달라 보이는데~'


남편이 내게 섬세한 남자인 건 알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숱하게 낚시를 하면서 넘어지고 빠지고 그러면서 삐치고 화내길 반복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날에는 화가 났고, 남편은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화가 가라앉는 포인트에 정확하게 나를 토닥였다. 이겼지만 진 기분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취미가 같아서 일어나는 즐거운 일 중에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제일 재미있는 일 같다. 취미가 달랐으면 몰랐을 남편의 작은 습관, 집중을 하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가만히 바라보는 표정, 어느 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정말 행복할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평상시 집에서만 보던 남편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더 발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작은 설렘의 감정들...


(정확한 위치에 투척, 물고기 바로 잡음!)

'우와~ 좀 멋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훗'

(그러면서 쿨하게 통에다 잡은 물고기 담는 남편)


'여보! 나 낚싯바늘 걸렸어!!! 어떻게 하지...'

'기다려봐!'

남편은 본인이 잡던 걸 멈추고 낚싯대 끝에 달린 낚싯줄을 가이드 삼아 걸어간다. 물살을 헤치고 낚싯바늘을 꺼내 주는 남편의 당당한 모습은 슬로모션으로 자꾸만 느릿느릿하게, 그러면서 뒤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다. 낚싯줄을 갈지 않아도 되고, 낚싯바늘을 버리지 않아도 되니까. 이럴 때 남편이 옆에 있다는 걸 굉장한 행복으로 여기게 된다.


때때로 남편이 악역처럼 느껴지기도(그건 남편에게 나도 그럴 것이고.) 하지만, 취미를 논할 때 같이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진다. 친구, 스승, 동료... 남편의 이름이 남편 이외 더 생긴 것도 '취미가 같아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 왠지.




※ 부부가 취미를 같이 했을 때 생기는 흔한 일.

: 우선은 대화가 더 잘 통하게 된다 →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서로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된다. →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아니 서로 조심한다. → 선의의 동반자가 된다. → 서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 취미를 오래 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뭐, 이런 선순환 구조라면 '취미'가 같은 것을 적극 추천!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최근엔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중이다. (P는 김작가 / B는 밤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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