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내 위주의 감정으로 흘러가곤 한다. 남편의 입장을 안 들어볼 수 없어서 낚시를 쉬어가는 타이밍에 남편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낼 심층인터뷰를 했다. 남편은 내가 낚시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내가 쓰는 글에는 내 관점이 들어가니 남편이 날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한지 말이다.
Q. 이제부터 인터뷰를 시작할게요! 편하게. 어때요? A. 좋아. 어떤 거 물어볼지 괜히 떨리네. 살살 해줘. 질문은 너무 어렵지 않게!
Q. 질문하는 사람 마음이지요! A. 자, 시작해보자~ 드루와, 드루와!
Q. 취미활동을 같이 하면서 제일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 건 뭐였어? A. 처음 같은 취미를 가졌을 땐... 그러니까 우리가 운동도 같이 해보고 게임도 해보고 심지어는 만들기도 해봤잖아. 나무 잘라서 테이블 만드는 일. 내가 느낀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상대방에게는 좋아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생각보다 경쟁하게 되는 구나 싶었지. 서로 경쟁하기 위해 우리가 취미를 같이 공유하려는 건 아닌데 말이야. 거기서 오는 현타란... 취향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해야될까? 그런 점이 굉장히 다르구나, 우리도 그렇게 오래 만났지만 다르다는 걸 느꼈어. 내가 널 아직도 한참 모르는 구나 싶었고.
Q. 취미를 낚시로 하게 되면서 어떤 점들이 많이 힘들었어? A. 일단 신체적인 차이. 피지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는 한계점이 있다는 거. 나는 아직 한참 더 잡고 싶은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아서 금방 접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 취미가 같다고 해서 똑같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피지컬이 다름에서 오는 다툼 같은 거.
승부욕이 강한 너를 보면 가끔 좀 내려놓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낚시를 있는 그대로 즐기라고 하면, 넌 눈을 부릅뜨고 이길 때까지 하고 싶어하니까. 사실 우리가 취미를 즐기는 이유는 더 많이 알고 싶고, 서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기 위한 것도 있잖아. 낚시마저 여유없이 이겨야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커질 때. 그럴 때가 제일 힘들었지.
난 낚시를 너랑 같이 해서 하는 거지, 네가 이기고 내가 지고 그런 승부를 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계속 말해왔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건 '낚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Q. 흠흠... 알았어, 노력해볼게 최대한! 근데 같이 하게 되면 자꾸 비교하고 내가 더 많이 잡고 싶어지는 건 잘 안 사라지는 것 같아. 나도 내가 참 가끔 피곤할 때가 있어. 자, 그럼 낚시를 하면서 좋은 점은 뭐야? A. 솔직히 다른 취미들은 서로 경쟁하게 되면서 힘들어졌지만, 낚시의 경우에는 같이 커나갈 수 있다는 거. 실력이 는다는 점이야. 낚시라는 취미는 어떤 능력에 의해서라기보다 운이 8인 취미라서 조금 더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지.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우리의 장비가 또는 우리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거야. 처음엔 어설픈 낚싯대로 겨우겨우 잡았던 걸 생각해봐. 정말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커가고 있는 중이잖아. 점점 커나가는 걸 보면서 좋고, 처음에는 못잡던 고기도 네가 손으로 잡아서 통에 넣어둘 때마다 조금 뿌듯해.
징그럽다고 막 소리지르던 네가 어느새 잡은 물고기를 통에 담을 줄도 안다니. 우리 진짜 많이 큰 것 같다. 그리고 네가 오랜 시간 갖고 있었던 얼음공포증도 빙어잡으면서 많이 나아져서 제일 뿌듯하고 기뻐. 이로써 겨울 취미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거니까. 가령, 얼음 위를 가르는 스케이트라든지...
Q. 아직까지 완벽한 트라우마 극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얼음 위를 걷는 일이 마냥 두렵지 만은 않게 된 것 같아. 나도 그 점은 정말 감사해. 얼음 위에서 얼음을 뚫고 해야하는 얼음낚시를 마음껏 즐길 날이 내게도 있겠지? A. 그럼. 사람은 망각도 잘하지만, 적응도 빠르잖아. 스케이트 제대로 타보고 싶은 날이 오겠지.
Q. 낚시를 하면서 제일 중점에 두고 있는 게 있어? A. 당연히 있지. 그건 장비와 낚시 장소! 장비발을 세우려는 건 아니지만, 특히 혹한기 겨울낚시 같은 경우에는 몸이 따뜻해야 오래 즐겁게 낚시를 즐길 수 있으니 고민이 돼. 어떻게 해야 덜 춥게, 더 오래 낚시를 할 수 있을까. 어떤 바늘을 이용해야, 혹은 어떤 미끼를 써야할까... 그런 고민이 들 때면 틈틈이 시간나는 대로 계속 알아보는 것 같아.
겨울 시즌에 알아보는 것도 좋은데 혹한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해두면 더 알차게 급하지 않게 꼼꼼하게 챙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대신 내 머리는 업무와 함께 가득차서 과부화가 걸릴 때가 있지. 그럴 때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쉬는 거니까, 내가 혹시 옆에서 게임 하더라도 너무 째려보진 말아줘!
Q. (째려보며) 알았어. 그래서 요즘은 안 째려보는 것 같은데? A. 맞아. 째려본 적이 없었어.(먼산 보는 중)
Q. 낚시하면서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은 있어? A. 우리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답답할 때도 있어. 아주 가끔. 진짜 운으로 생기는 일을 질투할 때는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낼까 싶거든. 내가 일부러 잡으려고 한 거라기 보다 운발로 잡힌 경우가 많은데, 그건 화낼 일이 아닌 것 같아.
(등짝 스메싱) 그래도 너랑 하는 낚시가 제일 재미있지! 툴툴 거리는 네 옆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그냥 단순해져서 좋아. 너도 나도 머리를 다른 곳에 쏟지 않고, 감정도 비워낼 수 있고. 그저 잡혔냐 안 잡혔냐의 선택지에서 재미있는 걸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
그게 우리가 낚시에 빠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 낚시는 어떻게 보면 소통하는 수단이고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활력소 같은 느낌이야. 장비들이 가벼운 것도 있지만 겨울엔 텐트도 있고 테이블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들이라 힘들긴 하지만. 그 장비들이 모두 세팅된 이후에 우리의 낚시 타임 퀄리티가 더 높아진다면야... 감수할 만하다 싶고.
Q. 취미를 아직 못 찾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글쎄, 내가 고수도 전문가도 아닌데... 뭔가 전해야 할 말이 있을까. 있다면 아마 이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해. 취미가 꼭 낚시여야된다는 건 아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만들어두면 좋다는 건 추천하고 싶어.
여럿이서 할 수도 있고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소규모로 할 수도 있는 자기에게 맞는 그런 활동. 그게 낚시일 수도 있고, 볼링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 어떤 형태로든 자기 자신의 취미를 갖는다는 것. 이건 살면서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아.
우리도 늘 알콩달콩해왔던 건 아니었잖아.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지고볶고 싸우며, 헤어질 것처럼 싸우다가도 하루라도 못 보면 안될 것처럼 애절해지고. 그렇게 그 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면서 지내왔으니까.
그래서 난 네가 얼마나 화를 내는지, 어떻게 하면 뾰루퉁해진 입을 쏙 집어넣는지, 내가 좀 더 많이 잡기라도 하면 심술을 내는지 낚시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운 것 같아. 승부욕 정말 강하고, 잘 하고 싶어하는 노력파라는 것도 알겠고. 그리고 등짝스메싱을 참 잘하는 것도... (등짝스메싱 또 맞음)
Q. 내가 화만 내는 건 아니잖아...(시무룩) 근데 지금 이렇게 쭉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알겠어. 낚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 시간들을 얼마나 공들여 보내려고 하는지. A. 처음 네가 낚시에세이를 쓴다고 했을 때 걱정반설렘반이었어. 낚시를 취미로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우리끼리만 재미있으면 어쩌나 넌 매일 머리를 쥐어짜고 글을 쓰잖아.
인터뷰를 해보면서 느낀 건 각자 잘하는 건 누구나 있고, 그 잘하는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어. 그러니까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해서 잘 던져보고 잘 빼보는 연습을 해보자.
얼음이 안 얼었는데 빙어는 잡혔다! 야호!
남편은 인터뷰 하는 내내 표정이 바뀌는 나를 보더니, 시즌 마다 한 번씩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그건 나도 동의한다, 격하게!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최근엔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