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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스푼 Aug 29. 2023

올해는 어디로?…가을엔 역시 펌킨패치!

여름엔 딸기농장, 가을엔 호박농장!

어느새 8월이 다 가고 9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산호세는 아직도 햇빛이 뜨겁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냉기가 서늘한 때지요. 가을이 되어도 이곳에선 선크림이 필수입니다. 이곳은 워낙 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한국에서 선크림 바르듯 살짝 발라서는 효과가 없다고 해요. 골프장에서처럼, 정말 얼굴이 허옇게 되도록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들 합니다. 데이케어에 처음 갈 때 준비물 중 하나도 바로 선크림이지요:)


가을이 가까워진 오늘은 농장 체험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농장 체험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5월에 딸기농장 체험을 시작으로 체리, 아보카도, 도넛 복숭아, 토마토 같은 미국에서 많이 나는 열매들은 대부분 열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요런 과일이나 채소 농장들은 주로 주말에 일반인들에게 문을 여는데, 문을 여는 오전에 가야 탐스럽고 예쁜 열매들을 딸 수 있기에 엄마들은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곤 합니다.


보이시나요. 수북이 쌓인 호박들이!

가을이 되면 가장 기다려지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펌킨 패치(pumpkin patch)’입니다. 9월 중순쯤부터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해 10월 31일 핼로윈데이까지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9월부터 이미 이곳 마트들은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크고 작은 호박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요. 한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울퉁불퉁한 못난이 호박부터 엄청나게 큰 호박까지 만나볼 수 있지요.


펌킨 패치는 말 그대로 '호박 들판(patch : 들판이나 정원이란 뜻)'이라고 보면 되는데, 농장에 한가득 크고 작은 호박들이 널려있어요. 주로 집에서 가까운 농장으로 많이 가긴 합니다(작년에 저희 집은 차로 10분 거리에도 있었어요). 펌킨 패치는 사실 호박을 따는 것이 아니고 이쁜 호박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인데, 호박은 사도 되고 사지 않아도 됩니다. 펌킨 패치의 주목적은 호박들이 널려있는 농장에서 사진도 찍고 테마파크처럼 여러 가지 놀거리를 즐기는 것이거든요.


젖소열차?를 타고 달려라 달려!


아이들은 호박으로 가득 찬 농장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냅니다. 마른 건초더미에서 건초 타기도 하고, 공기를 주입해 만든 거대한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며 뒹굴고 미로 찾기를 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공원이나 작은 테마파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열차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고, 토끼나 산양 같은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지요. 곳에 따라 페이스 페인팅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이런저런 놀거리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납니다. 농장들은 호박을 팔기도 하지만 15~20달러 정도의 입장료를 받아 부수입을 올립니다.


엄마들은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크기가 크고 색이 이쁜 호박을 사서 핼로윈 데이에 흔히 볼 수 있는 '잭 오 랜턴(Jack O Lantern)'을 만듭니다. 잭 오 랜턴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호박은 색이 진하고 크기가 크면서 껍질이 비교적 얇은 하우덴 호박(howden pumpkin)이라고 합니다. 하우덴 호박은 먹기보다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눈과 코, 입을 파내고 속 안에 촛불을 넣어 불을 켜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핼로윈의 상징이 됩니다.


저는 작년 핼로윈에 진짜 호박으로 잭 오 랜턴을 직접 만들진 않고, 아이와 함께 종이로 만들어진 호박 모형을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했어요. 마트나 아마존에서는 잭 오 랜턴 만들기 전용 칼도 판매하지만 칼이 서툴러서 어쩐지 속을 파내기가 좀 무서웠거든요. 이런저런 색을 섞어 호박색깔도 내보고, 파란색으로 칠해보기도 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작년에 아이와 함께 만들었던 종이 호박들. 진짜 호박이랑 비슷한가요?
작년 핼로윈때 놓아둔 사탕바구니. 옆에는 귀여운 호박들을 함께 놓아두었는데.. 밤중에 통째로 누군가 바구니를 들고가버렸었다는..


이렇게 적고 보니 부쩍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저희 집은 뒷마당에 과일나무들이 참 많은데, 올여름은 프룬도 따고 체리도 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거든요(아무리 과일나무가 많아도 농장체험은 별개라는 거ㅎㅎ). 벌써부터 스타벅스의 펌킨 라테 같은 가을 음료들이 기다려지네요. 이참에 아이와 함께 구워 먹을 마시멜로를 사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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