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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스푼 Jun 01. 2023

도서관 바닥에서 아기와 터미타임, 괜찮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신발신고 돌아다니는 도서관 바닥인데..저만 이상해요?

실리콘밸리에 와서 제가 아이와 가장 많이 한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아마도 도서관에 갔던 일일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 많으면 네다섯번씩 도서관을 찾았는데 그 덕분인지 아이가 책을 참 좋아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집에 안가겠다고 버티는 날도 많고, 잠자기 직전에도 책 두세권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지요.




그런데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괜찮을까’ 싶었던 광경이 있습니다. 바로 터미타임인데요,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알고 있는 터미타임은 바로 생후 30일 전후부터 아기들을 엎드려있게 하는 것을 말하죠. 터미타임은 누워만 있는 아기의 상체근육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터미타임을 어디서 하느냐인데, 여기선 도서관 바닥에서 터미타임을 하는 아기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도서관 바닥은 주로 카펫으로 되어있거든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은 채 밟고 다니지요. 밖에서 들어왔을 수도 있고, 화장실에 다녀왔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엄마들은 사랑스런 아기를 도서관 카펫 위에 엎드리게 하고 고개를 들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어떤 도서관에서는 아예 아기가 터미타임을 하기 좋은 사이즈의 아주 작은 카펫을 하나 더 깔아두기도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그 카펫을 아무도 밟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카펫 위에 또 카펫! 여기 둘러 앉아 아이들이 책도 읽고 장난감도 가지고 놉니다. 터미타임용은 이것보다 훨씬 더 작습니다.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제가 아는 한국 엄마들은 대부분 침대 위에서, 안전한 쿠션이 있는 바닥 놀이매트 위에서 터미타임을 갖곤 했거든요. 우리는 아기가 힘들어서 고개를 푹 떨구거나 바닥에 얼굴을 대고 핥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편한 곳을 선택하잖아요.


이건 아마도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고, 많은 경우 집안 전체에 카펫이 깔려있는 미국이기에 위생관념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 듯 합니다. 터미타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어디서건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일도 이곳에선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위생관념이 다른 부분은 또 하나 있습니다. 데이케어를 보내고 나서 의아했던 부분인데, 낮에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재우기 전에 한국에선 양치질을 시키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냥 재웁니다. 우리 데이케어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심지어 회사에서도 어른들이 점심을 먹고 공동화장실에서 이를 닦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물을 튀기며 입을 헹구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인데요. 개인의 체액을 다른 사람에게 튀게 하는 것을 극도로 좋지 않게 본다고도 하네요.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이 점심시간에 간단히 잼이나 피넛버터를 바른 빵 정도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언가 치아에 낄 확률도 낮아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양치질을 하루 두 번 닦으면 된다고 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 있다보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생각의 차이가 나타나는 일을 종종 봅니다. ‘내가 과도하게 위생을 챙기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런저런 모습을 보며 저는 요즘 많이 내려놨습니다. 휴일에 집에서 '세 번 이를 닦는 게 좋겠지만 학교에서도 넘어가니까'라고 점심에 자연스레 이 닦는 일을 넘긴다거나(아이 이닦게 하는 것 너무 힘들어요;;), 도서관 바닥이나 서점 바닥에 저도 같이 주저앉아 보기도 합니다. 뭐, 속박에서 벗어난 것 같고 좋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는 어떻게든 잘 자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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