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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스푼 May 04. 2023

미국 아이들은 왜 분필을 가지고 놀까

한국에선 오래전에 사라진 분필의 비밀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놀이터에 갔을 때 종종 보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분필로 그려놓은 갖가지 그림들입니다. 별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가끔은 사람도 그리고 무지개에 땅따먹기까지.. 한국에선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죠.




아이가 데이케어에 간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2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죠. 이제 겨우 2살 전후의 어린아이들이니까 이런 걸 챙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이 자그마한 쇼핑백을 두어 개 내밀었습니다. “풍선은 저희가 준비한 것, 그리고 다른 두 가지는 친구 ㅇㅇ이랑 ㅁㅁ이가 주는 선물이에요.” 앗, 이런 걸 벌써 챙기는 엄마가 있구나 싶어 조금 미안해졌더랬습니다.


선물을 열어봤더니 무설탕 캔디와 젤리 같은 것들, 그리고 조그마한 장난감들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알록달록 네 가지 색상의 크레용 모양 분필이었어요. 한국에선 호흡기에 좋지 않다며 학교에서 치운 지 오래된 바로 그 분필이요. 혹여 이걸 만지다 손가락을 빨면 안 되는데, 줘도 되나를 잠시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에선 분필로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많이 권장하는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분필로 그림을 그렸을 때의 이점이 널리 알려지고 있어요. 분필만 있다면 길거리의 모든 곳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이웃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가 바깥에서 노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육아에 관한 정보가 있는 많은 영문사이트에서 분필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창의력과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상상력을 자극시켜 주는 좋은 도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분필로 놀이터에 그린 그림. 알록달록 이쁘게 잘 그렸지요?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도 분필을 권장합니다. 물로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언제든 지웠다 다시 그릴 수 있거든요. 비가 오면 자연적으로 지워지기도 하지요. 이런 부분은 재활용, 친환경 제품 사용을 권장하고 당연시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분위기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분필은 가격이 저렴합니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되는 분필은 4세 이상부터 사용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의 경우 질식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대놓고 섭취할 경우엔 위험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지켜봐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정도의 일로는 그다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보는 듯합니다. 각 주별 지역 독극물센터에서는 보도블록이나 칠판에 사용하는 분필은 탄산칼슘이나 황산칼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량의 경우에는 무독성으로 간주한다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자.. 그래서 저희 아이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직 두살이지만 종종 분필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갑니다. 가끔 다른 집 앞 보도블록에 그림을 그리려고 해서 자제시키고 있어요.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을 매우 이뻐하고 분필 그림도 귀엽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집 앞마당이나 놀이터에선 언제든 그림을 그려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아직은 동그라미도 겨우 그리는 나이지만요!


소심하게 그림 그리는 모습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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