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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가 몸에 밴 미국 아이들

물통 갖고 다니기, 책 돌려보기.. 작지만 습관으로 만들어요

by 매직스푼

처음 실리콘밸리에 와서 조금 성가시다고 느꼈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물이었습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틈틈이 물을 찾는데, 그 물을 늘 가지고 다녀야 했거든요. 아시잖아요, 물이 참 무겁다는 걸요. ‘어휴, 한국이었으면 흔한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주면 끝인데’ 그 생각을 수시로 했었더랬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흔한 선물이 바로 텀블러입니다. 며칠 전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I/O)에서도 대나무 뚜껑을 포인트로 한 보온물병을 선물로 준비했지요. 많은 테크기업들이 기념품으로 텀블러를 준비하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아이들이 기념품샵에서 하나씩 챙겨가는 것 역시 텀블러입니다.

KakaoTalk_Photo_2023-05-12-04-23-00 001.jpeg 올해 구글 I/O 기념품으로 지급된 보온물병. 희귀템입니다ㅎㅎ

한국에서도 점차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편의점이 흔치 않아서일까요, 텀블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상생활의 필수품입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화장실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식수대는 항상 찾아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직접 물을 마시기도 하고, 가져온 물통에 물을 담아 가져가기도 합니다. 다른 주나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 공항을 찾는 많은 미국인들이 빈 물통을 들고 검색대를 지나 식수대에서 물을 받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틀 라이브러리’도 독특한 문화입니다. 구글맵에 ‘라이브러리(library)’를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핀이 검색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리틀 라이브러리입니다. 그저 작은 도서관이려니 하고 찾아가 보는 순간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누군가의 집 앞에 설치된 작은 집 모양의 책장이거든요. 물론 비어있는 것은 아니고, 책들이 가득 꽂혀있기는 합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까요? 네, 리틀 라이브러리는 다 본 책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이곳에 꽂아놓고 다른 책을 가져가서 또 읽지요. 원하는 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 잠시 들러 어떤 책이 있나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것 같아요.


KakaoTalk_Photo_2023-05-12-04-23-20 004.jpeg 한국어 책도 종종 보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자연의 특혜를 많이 입는 캘리포니아여서일까요, 동네의 작은 책방을 들렀을 때 환경보호에 관한 책이 보기 좋은 곳에 진열돼 있는 것도 자연스레 환경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저는 마운틴뷰 다운타운의 작은 상점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Things you can do)’이라는 제목의 책을 하나 구입했어요. 서점이 아니라 에코백부터 장갑, 양말, 작은 접시 등 재미있는 콘셉트의 상품을 모아놓고 파는 편집샵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게 의아해서 열어보았는데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환경보호를 위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어린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알록달록 이쁜 그림도 많았습니다. 계산대에서 만난 점원은 자신도 구입해서 매일 읽는 책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보여줄 거야”라고 하자 “정말 좋은 엄마야!”라는 말도 잊지 않았죠.


KakaoTalk_Photo_2023-05-12-04-23-01 002.jpeg 그림도 이쁘고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책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책 광고 아님, 내돈내산!


그리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며 저 역시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거북이 비닐봉지를 먹는 이유를 아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인 해파리랑 비슷해 보여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국가나 주 차원에서의 노력으로는 몬테레이 아쿠아리움이나 많은 박물관에서 환경보호가 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버린 페트병, 비닐봉지 하나하나가 어떻게 쌓여 바다생물에게 피해를 주는지 설명할 뿐 아니라 바다에서 발견된 쓰레기로 만든 예술작품들을 많은 공간을 할애해 보여주고 있어요. 또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에게 미션북을 주고 숲 속 생물 그리기, 나이테 세어보기 등 여러 가지 미션을 달성하면 보안관 배지 등을 선물로 주는데, 이런 자연학습을 통해서도 환경보호를 체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의 지구 온난화가 많이 걱정되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올해 캘리포니아의 오랜 가뭄을 해소시켜 준 폭우는 이상기온 때문이었다고 하지요. 이맘 때면 더이상 비가 오지 않아야 정상인데 아직도 간간이 이곳에는 비가 오고 있어요. 조금씩 함께 노력하다 보면 올해의 이 현상이 그저 흔치 않은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봅니다.


KakaoTalk_Photo_2023-05-12-04-23-16 001.jpeg 바다사자들이 머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도 환경보호가 우선이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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