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은 이미지다. 종종 한 이미지가 단 한 줄 문장보다 아름다울 수 있고 오늘이 꼭 그렇다. 아무런 코멘트가 없어서 혹여 화가 났었는지, 혹시나 어떤 시간이 마냥 지루한 건지, 어쩌면 그날밤 우리가 일구었던 그 목소리가 그렇지! 다시 그리운 것인지 나는 잘 모르면서도 사뭇 기뻤다. 그렇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여름밤이었고 우리는 야행을 일삼던 골목길 밤고양이를 닮았는데 거기다 적당히 명랑하기까지 하였으니 얼핏 축복이다. 하기는, 요즘에는 소주 한 병은 거뜬하다. 얼음잔에 쏟아져서 얼음보다 한 뼘씩 뒤늦게 차가워지는 소주 한 병쯤은 가볍게 마실 수 있고 단 조건이 하나 있는데 한참 동안 마주 앉았어도 여전히 맘이 편안한 사람, 양껏 술이 들어가도 불쑥 맘이 불편해지지 않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나는 내 질병을 이만큼 안다. 만성 소화불량, 만성 대인기피, 만성…
오늘도 노래하였다. 연극 연습실이었다. #예외와관습 거창 공연을 잘 마쳤는데 우린 다시 모였다. 반복되는 장면 연습을 계속하면서도 무엇이 점점 더 예민해지는가에 대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나는 내 눈동자를 실험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오늘도 힘차게 노래했다. 내가 노랫말을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으며, 지극한 사랑으로 한 번도 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곧이어 나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름 밤바다를 등지고서 오늘처럼 노래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사랑은 당분간 나를 조금은 더 살게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니까 이 여름은 내 인생에 있어서 또 한 번의 기회이다.
필름카메라로 셔터를 눌러주신 그 고마운 손가락의 주인장에게 참 고맙고, 말없이 사진 보내줘서 고맙다. 이렇게 웃는 얼굴로, 내일 내일 또 내일을 일상에 그을리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자! 오늘의 문장은 바로 자네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