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가신 아버지
9월 9일 말하자면
학교 다닐 때 백승곤형이 그랬었다. 9월 9일에 대하여. 아니다. 정확하지 않아서 기억을 포기한다.
하지만 승곤형은 말했었다. 죽은 자들이 구천을, 아니 어딘지 확실하지 않지만 어딘가를 떠돌다가 다시, 그제야, 어디론가 가버리는 날을 아느냐고 물었었나? 역시나 정확하지 않다. 그냥 포기한다.
오늘은 구월 구일인데 나는 만만하게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였다. 몸이 무거워서 오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얼굴에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오후 내내 많이 애썼다.
어제였다.
한 취객이 무턱대고 길게 누워 잠든 바람에 나도 덩달아 서커스에서, 벌레처럼 웅크려 잠을 잤다. 잠을 잤다기보다 잠의 바닥으로 쓰러졌다가 더 옳겠다. 자면서도 생각했나 모르겠다. 아버지를. 이미 지나가신 아버지를.
아버지 생각이 나서 아주 힘든 밤을 운전하며 돌아왔습니다. 카프카의 그레고르 잠자 이야기를 다 읽자마자 깊은 침묵에 잠기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그 침묵의 배후에서 기억을 직조하느라 꿈틀거리던 그 두꺼운 외피는 도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나는 보다 천천히 차를 몰아서 무사히 귀가하였습니다. 나도 언젠가 아버지처럼 침묵의 무게를 뚫고 가볍게 가볍게 날아오르겠지요.
그랬었다. 어제였다.
그러다 보니 오늘도 다 지나갔구나.
친구 정재홍 작가에게 내일 전화를 걸어야겠다. 한 달 만에.
언젠가 봄에 읽던 곳을 다시 봄처럼 본다. 읽어본다. 이장욱의 문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