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어머니
오늘은 대학로를 벗어나서 외식이다.
여름께부터 부쩍 많이 말씀하신다.
아들, 나 입맛이 없어! 가 시작이었다.
아들, 나 복숭아 먹고 싶어.
아들, 나 순대 먹고 싶어.
아들, 나 빵 먹고 싶어.
어제는 만동형님이 백 년 만에 서커스에 오셔서 반갑게 소주 한 잔 하고, 또 몇 개월 만에 승미와 경희가 와서 즐겁게 막걸리 두 어잔 마셨는데, 옛날노래 얘기가 나와서 오랜만에 기타 잡고 옛날밴드 ‘둘 다섯’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아들, 맛있는 거 먹고 싶어.”
맛있는 거 뭐요, 오늘은 뭐가 생각나세요? 하니까. 옛날식 튀김닭! 어플도 깔았으니까 니가 주문 좀 해줘!라고 하신다. 난생처음 어플을 열고 3000원 할인쿠폰 받고 주문해서 40분 만에 도착한 튀김닭을 아, 맛있다! 하시며 드신다. 마음이 살짝 녹는다. 세 조각 겨우 드시더니 나머지는 니가 다 먹어! 하셨다.
오늘 아침이었다.
아들, 감자탕 먹으러 가자! 하셨다.
그래서 후딱 일어나 세수하고 어머니 모시고 운전하고 가서 다행히 아직 한산한 그 집으로 가서 뼈해장국을 시켜 먹는데 너무너무 맛있다. 입맛 없기로는 나도 마찬가지였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계산을 하며 말씀하신다.
“맛있는 거 먹었으니까 아들, 오늘도 힘내라!”
네, 어머니,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서
잘 살겠습니다.
#오늘의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