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행복해지고 착해질 때

오늘의 문장은 이러하다.


‘그러면 막 행복해지고 착해져서 (류근 시인)’


공책에 적어놓고 몇 번 읽었다. 주로 아침에 잘하는 노릇이 바로 다른 이가 쓴 문장을 읽다가 내 공책으로 가져와서 적어두는 노릇이다. 누가 훔쳐보든 말든 내 속엣말 다 꺼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큰 상처를 경험한 후 누가 훔쳐볼까봐 무서워서 누가 들을까봐 겁나서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를 자주 불렀었다. 그때가 고등학교 다닐 적, 나는 밤중에 라디오 많이 들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 강북구 삼양동 대광침례교회 다닐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그때, 아빠가 지물포 하시던 친구 하나는 베이스 기타를 잘 쳤고, 또 다른 친구 하나는 공부를 잘했고 철봉을 잘했고 운동장도 제일 잘 달렸다. 아빠가 안경점 하시던 또 다른 친구는 당시에 가장 잘 살아서 아파트에 살던 또 다른 친구와 잘 놀았다. 그때 맞다! 나는 안경점집 친구하고 둘이 바둑 두는 법을 알아내면서 아주아주 신이 났었다!


지난 1월 13일 오전에, <연극집단 반> 연습실에서, 한 켠에 외롭게 서 있던 낡은 기타를 가져와서 튜닝을 하고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읽어야 할 희곡은 태웅형의 명품희곡 ’링링링링‘이었지만 노래하느라고 15분가량을 흘려보냈다.


앞에 앉았던 이가 찍어 올려준 동영상을 정지상태 해놓고 사진으로 만든다. 그러면서 막 행복해지고 착해지던 때를, 그게 언제였는지를 떠올려본다. 주로 노래할 때인가. 뭐를 할 때인가. 무대에서 인가. 연습할 때인가. 혼자서 인가 여럿이서 인가.


지난 1월 13일 오전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딱 한 달 전이었다. 저렇게 앉아서 ’가족사진‘을 두 어번 노래하였고 그 주에 차를 몰고 아버지 면회를 갔다. 병실까지 들어갈 수 없어서 간병인 이모님에게 아버지 얼굴 사진 좀 찍어서 문자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가족사진에서가 아니라 침대사진으로 등장하셨다. 나는 ’가족사진‘을 이제 다시 부르지 못하겠다.


막 행복해지고 착해지던 순간들이, 막 비참해지고 나빠지던 순간들로 변하면서, 막 불행해지고 비겁해지던 순간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막 막막하고 막 서럽고 막 아무렇게나 혼자 있을 때에는, 막 나약하고 막 땅속으로 파고드는, 그러나 막 행복해지려고 다시 착해지려고 오늘 아침에는, 일요일이다. 정신 차리고, 힘을 내자! 스쿼트 백개를 하였다.


깨끗한 마음으로


#가족사진부르던내얼굴

#스쿼트백개는무엇일까

#지난일이깨끗해지지않아도괜찮다고

#과거는잊어버리고

#깨끗한마음으로

#다시오늘을시작하라고

#나에게주문을거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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